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사들에게 약 7천억원 규모의 손해를 회사에 배상하라고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소장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사에 6천732억99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쳐 해당 금액만큼의 배상금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1주당 56만원정도였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해 자사주를 총 204만30주 취득했기 때문에 회사는 그 차액에 주식 수를 곱한 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 액수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기업어음(CP)·회사채와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에 대한 이자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날 고려아연 이사회는 차입금 상환을 위한 2조5천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한 만큼, 연간 1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이자 비용까지 합하면 청구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 13명 가운데 피소된 이사들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총 10명으로,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반대한 장형진 영풍 고문(기타비상무이사)과 이사회에 연속 불참한 김우주 현대자동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기타비상무이사), 성용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사외이사) 등은 제외됐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하면 주주가 회사 대신 이사의 책임을 추궁해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원고(주주)가 승소해도 배상금은 회사에 돌아간다.
상법에 따라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상장법인은 0.01%)을 가진 주주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먼저 소 제기를 청구하고,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30일 내에 소 제기를 하지 않으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한 달여 전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소 제기를 청구했다. 그러나 회신이 없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주주대표소송은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2차 가처분)의 본안소송 격이기도 하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제기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실질 가치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자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영풍과 MBK는 "신속한 결정을 요했던 가처분과 달리 본안소송 단계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문제점과 위법성을 명백히 밝힐 수 있다"며 본안소송으로 이사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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