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대선 후 '트럼프 쇼크'에 휘청이자 '트럼프 랠리'를 이어간 미국 주식으로 자금이 쏠리는 '탈(脫) 국장'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1천17억4천600만달러(약 142조5천718억원)로 한 주 전(7일) 1천13억6천570만달러보다 3억8천30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1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의 같은 날 기준 시가총액 302조709억원의 47.2%에 달하는 액수다.
종목별 보관액은 테슬라(185억5천만달러), 엔비디아(135억3천만달러), 애플(44억5천만달러) 순이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2019년 말 84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2022년 말 442억달러, 작년 말 680억달러를 거쳐 이달 초 처음 1천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한국 증시를 앞서자 국내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S&P500 지수는 14일 기준 최근 1년 새 32.33%가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0.67%, 코스닥지수는 13.70% 하락했다.
한국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힌 와중에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낙폭이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15일 기준 1천973조원으로 2천조원을 밑돌며 1년 전(1천984조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증권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보조금 철폐 정책이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에 미칠 악영향 우려 때문에 당분간 국내 증시가 한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관련해 긍정적 기대감만 결집하고 한국은 부정적 전망만 집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경제 부처 수장들을 인선하고 이들을 통해 주요 정책이 정제된 형태로 발표되기 전까지는 이런 변동적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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