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두고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강조하며 MBK 연합의 투자금 회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MBK 연합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전구체 제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대해 “MBK 연합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며 “고려아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현재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바뀌었다”고 18일 평가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고려아연과 자회사인 켐코가 함께 개발한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의 제조·공정 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외국 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할 때, 또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과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는 미리 산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자부 장관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뒤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모두 국내 기업에 매각된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정으로 고려아연은 ‘국가기간기업 보호’라는 명분을 강화하면서 MBK 연합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IB업계에선 MBK가 플랜B를 가동할 거이라고 관측한다. 분리매각이나 쪼개팔기, 자회사 및 계열사 매각 등 해외 매각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기존 제련 사업은 물론 신사업까지 모두 연결된 있는 상황에서 분리매각이나 쪼개팔기, 자회사 매각 등이 이뤄질 경우 고려아연의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가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인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의 제조·공정 기술’은 우리나라가 배터리 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전방 산업인 전기차 산업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외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점부터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톱 레벨의 기술력이 꽃 피울 수 있도록 고려아연 기업 지배구조를 신속히 개선하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강화하겠다”며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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