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 함부로 했다간…법원 '사적제재' 제동

입력 2024-11-24 14:23  



마약 범죄자를 신고한 뒤 검거 과정을 생중계하며 인기를 끈 유튜버에게 법원이 최근 유죄를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전직 유튜버 A씨에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지난 13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마약사범을 꾀어내기 위해 채팅앱에서 28세 여성을 사칭하며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먹고 싶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 매매·수수 등의 정보를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을 금지한다.

법정에 선 A씨는 경찰 수사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위법성이 조각되는(없어지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인 검거라는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여성 행세 등은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던 사람도 다른 마음을 먹게 할 수 있는 옳지 않은 행위"라며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A씨처럼 '정의 구현'을 내걸고 사적 제재에 나섰던 유튜버들이 오히려 심판대에 오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이른바 '사적 제재'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를 쫓아다니며 추적·검거 과정을 생중계해온 한 40대 유튜버는 지난 9월 추격 대상자를 사망 사고에 이르게 한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했던 유튜버 '전투토끼'와 그의 아내는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사적 제재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사법 시스템과 국민 인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가기관의 형벌권 집행을 통한 '단죄' 속도와 수위에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속 시원한' 사적 제재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복수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사적 제재는 "통쾌한 복수를 빙자한 범죄"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사적 제재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동시에 과도한 사적 제재에 동조하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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