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며 2014년 도입이후 10년만에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가입자 유치 경쟁이 사그라들었고, 단말기 교체 주기가 늘어난 만큼 가계 통신비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단통법 폐지안에 따르면 단통법에 들어있던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 규정은 사라졌고, 선택약정할인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기로 했다.
공시지원금은 약정을 통해 단말기 가격의 일부를 할인받을 때 적용받는 할인 금액으로, 각 통신사는 홈페이지에 공시지원금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때 각 대리점은 공시지원금 외에 공시지원금의 15% 수준의 할인을 추가로 제공하는데 이를 추가지원금이라고 한다.
단통법은 이처럼 지원금 규모를 제한함으로써, 과도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속칭 '성지'에 찾아가는 소비자만 할인 혜택을 누리는 차별적 상황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을 막아 결국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가만 높였다는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자, 지원금 상한을 없애 다시 통신사 간 경쟁을 활성화해서 단말기 구입과 이용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 폐지안의 골자다.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은 이용자 거주지, 나이, 신체조건에 따른 차별만 금지하고, 가입유형(번호이동·신규가입·기기변경)이나 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 금지는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 가계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제조사 책임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통신사가 정부에 단말기 판매량과 출고가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때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함께 작성하게 해 제조사가 장려금을 유지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향후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정확한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단통법 폐지에 따라 지원금 경쟁이 부활하면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가격은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유형이나 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 금지를 규정하지 않기로 한 만큼 이에 따른 혜택도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지원금 규모가 단통법 시행 이전만큼 대폭 늘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더 우세하다. 가입자 유치전에 혈안이 됐던 10년 전과 달리 최근 통신 3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유지되는 점 또한 지원금 경쟁이 격화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단통법의 일부로 통신사로부터 신규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가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단통법 시행으로 이득을 얻지 못하는, 해외에서 혹은 중고로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유지되면 통신사들은 늘어난 마케팅 비용과 선택약정할인 제도에 따른 혜택을 모두 부담해야 하므로 지원금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약정할인 제도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이용자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통신사들이 지원금 경쟁에 열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당시 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 수준을 비교해서 구매하면 되므로 큰 손해가 예상되지는 않지만, 선택약정으로 요금을 할인할 것을 감안해 통신사들이 10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제조사별 장려금 관련 제출 의무화 방안도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기여할지 미지수다.
제출 의무화가 실현되면 애플 등 해외 제조사가 국내에서 장려금을 늘려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애플이 장려금을 보고하는 데 동의할지, 장려금 제출이 실제로 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노출을 꺼리는 글로벌 제조사들은 오히려 장려금을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