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을 했던 니가타현 사도광산 인근에서 24일 '사도광산 추도식'을 갖고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역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표현은 빠졌다.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추도사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가치를 언급하고 "빛나는 (등재) 성과는 위험이 수반된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에 종사한 광산 노동자들을 비롯한 선인들의 헌신의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분들을 포함한 당시 광산 노동자들이 큰 노력을 했다"며 "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우리나라(일본)가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한반도 노동자에 대해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 하에서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며 "종전(終戰)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금이야말로 선인들이 만들어온 역사를 잘 생각하고 이를 미래에 계승해 간다는 맹세를 새롭게 해야 한다"며 사도광산 노동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희생자를 애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인 노역의 강제성을 드러내는 표현은 없었다.
지난 7월 사도광산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는 일본 대표가 에둘러 강제노역을 암시했지만, 이번에는 이마저도 담기지 않아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모든 관련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이와 관련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 '조선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로 노역했다'고 적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였다.
또 가노 대사는 한국에 약속한 전시물을 소개하며 '국가총동원법·국민징용령의 한반도 시행', '노동자 모집·알선에 조선총독부가 관여' 등 내용도 소개했지만, 이날 이쿠이나 정무관은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으로만 표현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측 추도사에 대해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항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만 말했다.
이번 추도식은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매년 현지에서 열기로 약속한 끝에 개최된 행사다.
애초 한국 정부와 유족은 이번 추도식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이 과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이력이 불거지자 전날 전격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당국자들과 유가족은 사도광산 주변에서 별도의 자체 추도식을 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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