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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 희생양 된 GM…다시 불붙은 달러화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11-27 08:22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뒤 미 완성차 업체들과 주요 제조,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트럼프 차기 정부 출범 전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조치가 공개됐지만, 이날 시장은 전날에 이어 랠리를 이어가며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현지시간 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하루 전보다 34.26포인트, 0.57% 오른 6,021.63선(장중 최고 6,025.42)으로 올라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강세로 전날보다 119.46포인트, 0.63% 뛴 1만 9,174.3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23.74포인트 0.28% 상승한 4만 4,880.31로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날 “1월 20일 첫 행정 명령의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터무니없이 열려있던 국경을 닫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관세는 펜타닐과 불법 외국인의 침입을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며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절대적 힘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하던 모든 제품의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트럼프는 이를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로 대체하려는 구상이다. 그는 이미 미 대선 선거운동 당시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을 겨냥해 “무역 적자를 확대하고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를 앗아간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난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멕시코로부터 약 590억 달러 규모의 완성차, 700억 달러 규모의 전자/기계류 제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원유 등 에너지, 광학의료기기 제조 시설을 운영해왔다.

당사국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일찌감치 트럼프와 협상 의사를 밝혔고, 멕시코 역시 대응에 돌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번 방안이 공개된 뒤 “위협과 관세 부과는 이민과 마약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관세는 또 다른 관세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들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과 멕시코는 2018년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 관세를 주고받은 뒤 이를 상호 해소하는 등 갈등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자동차 업체인 BYD가 멕시코 중북부에 공장을 짓는 등 공급망을 둘러싼 규제의 표적이 되어 왔다.



트럼프 정부 출범 두 달여 앞두고 관세 부과로 인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 주가는 약 9% 급락했다. 포드(-2.63%), 스텔란티스(-5.68%)를 비롯해 예탁증서로 거래 중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1.86%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제너럴모터스는 멕시코에 엔진, 트랜스미션 공장을 비롯해 쉐보레 실버라도와 해당 픽업의 최고급형인 GMC 시에라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체 북미 판매량의 20%를 멕시코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포드는 약 15%, 스텔란티스는 20% 선으로 추정된다. 또한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도 이날 4.77% 내렸고, 허니웰이 0.09% 내리는 등 전반적 가전, 제조업 전통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타격을 입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북미 원유 사업자인 엑슨모빌 등도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미국은 캐나다에서 하루 약 400만 배럴, 멕시코에서 120만 배럴 규모를 수입하고 있으며, 가솔린과 난방유 가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케이플러스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주요 공급업체에서 하루 400만 배럴 이상 공급받는 원유에 관세를 매기는 것은 자기파괴적인 행위”라고 우려했다. 이날 엑슨모빌이 -1.66% 내렸고, 캐나다 에너지 업체인 엔브릿지는 -0.57%, 선코어 에너지는 -2.74%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발표에 대해 "관세 위협은 트럼프가 다른 나라로부터 미국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경제, 정치적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며 "캐나다와 멕시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협상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도 "이번 발표는 2016년과 마찬가지의 협상 전술"이라며 "그러한 규모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ING는 "시장에서는 큰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을 가정하지만, 관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으로 허풍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현실화된다면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당 21페소가 아니라 24페소, 캐나다 달러 역시 트럼프 1기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트럼프의 관세 부과 압력에 페소화는 달러대비 2년여 만에 최저(달러당 20.658), 캐나다달러는 4년 만에 최저(달러당 1.406캐나다달러)로 추락했고, 전날 미 재무장관 지명에 잠시 하락했던 미 달러화는 106.87선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 연준 "보다 점진적인 금리 인하"…12월 추가 인하 가능성

오후 거래 중에 공개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연준은 이번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로 지속해 하락하고, 경제는 예상대로 진전해 최대 고용에 가까워진다면, 점진적으로 보다 중립적인 통화 정책으로 이동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앞서 11월 FOMC 당시 연준은 만장일치로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다만 이번 의사록에서 연준은 “일부(Some)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금리인하를 일시적으로 멈춰 제한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일부는 노동시장이 침체를 보인다면 금리인하를 가속화해야 함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성명서 등에서 일부(Some)의 표기는 약 2~3명의 위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일시적 동결 가능성을 동시에 논의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연준 위원들도 최종 종착지인 중립금리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의사록에서 “많은(Many) 참가자들이 중립금리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책의 제한적인 정도를 평가하는데 복잡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러 변수로 인해 연준 위원들은 금리인하 속도를 늦춰 보다 점진적인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최근 경제 지표의 강세에도 금리 인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다음 FOMC 금리인하 확률을 집계한 결과 25bp(1bp=0.01%) 가능성은 63.07%로 늘었고, 동결 확률은 전날 44%에서 36%로 낮아졌다.



● 이스라엘-헤즈볼라, 전격 휴전 합의…바이든, 공식 확인

한편 지난 1년여간 시장에 잠재적 우려를 키워온 중동의 지정학 갈등은 해소의 실마리를 잡았다. 이스라엘 내각이 이날 헤즈볼라와 휴전안을 승인한데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잇따라 휴전 합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을 통해 “오늘 합의에 따라 내일 오전 4시(현지시간)부터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의 전투는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조직 잔당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휴전에 따라 이란의 위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하마스를 제거하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말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폭격한 뒤 한 달여 만에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 중동의 지정학 갈등이 일부 해소되면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1월 인도분은 하루 전보다 0.45% 내린 배럴당 68.03달러까지 하락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막바지 주요 지원안 매듭짓기에 나서면서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반등을 보였다. 백악관은 이날 메디케어(주로 65세 이상) 수혜자 약 340만 명과 메디케이드(주로 저소득 계층 포함) 수혜자 약 400만 명 등 모두 740만 명에게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험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성인 약 40%가 비만 환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향후 10년간 360억 달러의 자금을 들여 약값을 보조받게 된다. 이날 발표로 일라이릴리가 4.5%, 노보 노디스크는 1.5% 상승했다. 다만 차기 보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이러한 정책에 반대를 펴왔고, 최종 발효까지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이 밖에 미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이 조지아주에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66억 달러를 에너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리비안은 2028년까지 보급형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으로 자금 조달의 공백을 해소하게 됐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3분기 매출액 10억 1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29% 성장했지만, 4분기 매출 가이던스와 조정 주당순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시간외에서 2% 가량 하락 중이다. 델 테크놀로지는 조정 주당순익 2.15달러로 컨센서스 2.06달러를 웃돌았지만, 4분기 전망에서 실망을 안겼다. 매출 전망은 240~250억 달러로 컨센서스인 255억 달러선에 미치지 못했다.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은 AI로 인한 성장이 고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델 테크놀로지는 이 여파로 시간외에서 약 10% 급락 중이다.

미국 상무부, 노동부 등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주요 경제지표를 내일 하루 몰아서 발표한다. 3분기 미 GDP 잠정치(예상치 2.8%)와 10월 내구재 주문, 잠정주택 판매 지표가 나온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통상적인 발표 시간보다 1시간 반 늦춰 내일 오전 10시(한국시간 기준 28일 자정)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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