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마일리지가 소멸하는 연말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해 "비행기 못 날고 마일리지만 날린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올해 특히 불만이 큰 것은 코로나19 기간 최대 3년까지 연장한 마일리지 만기가 동시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은 적은 양만 풀려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예약하기가 어려운 데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제휴 서비스도 중단되면서 마일리지 소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는 만기가 도래한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들이 "쓸래도 쓸 수가 없다", "매진 아니더라도 딱히 살 것도 없다" 등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 마일리지 샵은 물품이 올라오는 족족 순식간에 동나기 때문에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예매 경쟁)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마일리지 제휴사인 이마트·CGV·소노호텔앤리조트·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모두투어·위클리딜즈 등 7곳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전용 쇼핑몰을 열긴 했지만, 품목 수가 적고 거의 항시 품절 상태라는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의 마일리지 사용 몰은 아시아나 굿즈를 판매하는 로고샵과 기내면세품 판매샵, 제휴 상품을 판매하는 OZ마일샵 총 세 곳이다.
27일 현재 로고샵에서 판매 중인 품목 6가지는 전부 품절 상태다. OZ마일샵도 44가지 품목 중 41가지가 품절이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시에 숙박과 테마파크 상품이, 수요일 오후 2시에는 그 외 품목이 입고되지만 그걸 사기 위해서는 '오픈런'(물건을 사려고 영업시간 개시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아이돌 티켓팅 급이다", "하늘은 못 날고 마일리지만 날린다", "마일리지를 쌓는 것보다 쓰는 게 어렵다" 등의 반응이다.
직장인 김모 씨는 "아시아나가 소멸 마일리지 안내는 충실히 하는 듯하면서 정작 마일리지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환경은 만들지 않아 화가 났다"며 "만기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아시아나 사이트에 10번도 넘게 접속한 끝에 겨우 남아있던 물건을 살 수 있었다. 필요 없는 거였지만 매번 품절 상황이라 살 게 그것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몰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는 접속조차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2조5천542억원,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은 9천819억원이다.
이연수익은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 마일리지 금액을 수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소진 때 인식되는 수익이다. 재무제표상 부채로 간주한다. 이연수익 금액만큼 마일리지가 쌓여있는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이후 마일리지가 깎일 거라는 우려에 마일리지를 소진 수요가 더 커졌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대1 통합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적립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대한항공은 1천500원당 1마일리지를, 아시아나항공은 1천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경우가 많다.
다만,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이 확정되더라도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운용 방식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자회사로 운영해서다. 이 기간 소진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전환율은 추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항공사는 마일리지 소진 차원에서 나란히 제주행 마일리지 특별편을 띄운다.
대한항공은 지난 21일 마일리지 특별기 운항 계획을 내놨다. 내달 28일, 30일, 내년 1월1일 총 사흘 동안 오후 1시40분 김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마일리지로 우선 발급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6일 '제주 해피 마일리지 위크' 프로모션 계획을 발표했다. 내달 2~15일에 운행하는 56편의 잔여석을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마일리지 좌석 약 4천500석을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OZ마일샵 인기 품목에 대한 수량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용처 확대 방안을 마련해서 고객들의 불편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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