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연내 폐지될 전망이다.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모든 국민이 휴대폰을 비싸게 구매하게 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단통법 폐지 후에도 보조금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감소 여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28일 ICT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안이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됐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2월 본회의에서 상정·의결 예정이다. 의결시 효력이 발생한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시지원금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규제를 없애고 일부 이용자 후생보호 조항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승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간 대리점·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의 최대 15% 한도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해왔지만 공시지원금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규제가 사라지면 통신사업자들은 자유롭게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접근이다.
단말기 구입 비용과 통신료를 오인하지 않도록 구분해서 고지하는 방안도 통과됐다.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유지된다. 단말기 구매지원금을 받지 않는 통신비에서 매월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사라진다. 가입유형(번호이동·신규가입·기기변경) 등에 따라 지원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나,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표현만 남았다.
단말기제조사의 장려금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제출 의무화'도 신설됐다. 이에 이동통신사는 정부에 단말기 판매량과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및 재원 등에 관한 자료를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때 제조사가 제공하는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따로 작성해야 한다.
단통법 폐지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경쟁을 활성화해 단말기 구입 비용과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통신업계 반응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오히려 소비자 체감 통신비가 늘 수도 있단 전망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출혈 경쟁으로 가입자를 빼앗아 올 유인이 크지 않다"며, "행정적인 비용만 치르고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통신사들이 번호 이동을 유도해 보조금 경쟁을 벌여왔으나, 시장이 포화된 현재는 업계가 과도한 출혈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단 것이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등 신성장 동력에도 자금력을 집중하고 있기에 여력도 크지 않단 설명이다. 실제로 통신3사의 최근 영업이익률은 5~7%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휴대폰 제조사간 경쟁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한다. 현재 국내에선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의 과점 체제로 지원금 지급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제출 의무화 조항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단말기 장려금 규모는 영업기밀에 해당하기에 제조사에서 이를 공개하기보다 장려금 지급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교수는 "장려금 제출을 강제 조항은 제조사가 장려금 지급 규모를 늘리고 다양한 경쟁을 활성화하는데 있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용자를 지원금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사라졌지만, 소비자 편익을 담보할 수도 없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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