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라틴팝 음악계 주요 시상식인 라틴 그래미에서 95세의 나이로 신인상을 받아 화제가 된 앙헬라 알바레스(본명 앙헬라 엘비라 포르티야 에차바리아)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빌보드 스페인어판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향년 97세.
그의 손자이자 작곡가인 카를로스 호세 알바레스는 빌보드 스페인어판에 "이 세상을 제 할머니와 공유할 수 있게 돼 제겐 행운이었다"며 "할머니는 제게 선물 같은 사람"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할머니의 최초이자 유일한 앨범을 제작했다.
1927년 6월 13일 쿠바 카마구에이에서 태어난 앙헬라 알바레스는 결혼 후 4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는 쿠바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왔다. 1962년 미국 프로그램에 따라 자녀를 먼저 콜로라도 지역 고아원에 보냈다가 나중에 아이들과 합류하는 등 녹록치 않은 삶이었다.
청소 같은 잡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와중에도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알바레스는 90세 때 로스앤젤레스(LA) 아발론 할리우드에서 첫 콘서트를 열었고, 94세가 된 2021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붙인 첫 앨범을 냈다.
미국 연예매체 피플은 알바레스가 과거 수십 년간 작곡을 이어가며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곡들은 친구나 가족 등에게만 들려줬다고 한다.
알바레스의 삶과 음악 여정은 '미스 안젤라'(앙헬라의 미국식 발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2021년)로도 다뤄졌다.
알바레스는 생전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거나 무언가를 기억해 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며 "완성해 노래를 부르면 그게 바로 곡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2022년 라틴 그래미에서 최고령 신인상을 받아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95세의 백발 신인가수는 눈물을 훔치는 청중 앞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며 "때가 늦었다고 할 것은 결코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또 환하게 웃으며 "삶은 힘들어도 항상 탈출구는 있으며, 믿음과 사랑만 있다면 반드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해 감동을 일으켰다.
유족으로는 3명의 자녀(딸은 사망), 9명의 손자, 15명의 증손자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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