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당선에 '일등 공신'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르자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 및 머스크와 각을 세우던 빅테크 수장들이 몸을 낮추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를 정보효율화 수장으로 지명하는가 하면, 1990년대 머스크와 함께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데이비드 색스를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로 지명하는 등 머스크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마러라고(플로리다주 저택)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만찬장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바로 옆자리에 앉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날 만찬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머스크와 설전을 벌여온 대표적인 '정적'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2012년 머스크는 페이스북에 대해 "사생활 침해의 온상"이라며 비판했고, 2022년 머스크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하려고 하자 저커버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망칠 것"이라고 공격했다.
지난해 메타가 엑스(X·옛 트위터)의 대항마 격인 SNS 서비스 '스레드'를 출시하자 둘은 설전 끝에 격투기 대결까지 예고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저커버그가 자신의 낙선을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하며 "교도소에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계정을 차단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이날 만찬에서 납작 엎드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트럼프와 머스크가 보는 앞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메타의 선글라스를 시연했다. 또 트럼프 2기의 기술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페이스북이 편향된 검열을 하고 있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에 대해 코로나19 시기 콘텐츠 규제가 "다소 과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이날 저커버그의 트럼프 면담 후 "미국의 기술 혁신을 위해 중요한 순간이었다"며 "저커버그는 당선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머스크가 정치적 영향력으로 공격 할 가능성이 큰 1순위 대상 '정적'이다.
머스크는 2015년 올트먼 등과 함께 오픈AI를 설립했으나, 이후 관계가 틀어지며 자신은 오픈AI와 관계를 청산했다. 머스크는 최근 오픈AI가 설립 초기의 비영리 임무와 함께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실망스럽다"며 "머스크가 오픈AI에 관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에서 소송이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비난했다.
올트먼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4일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딜북 콘퍼런스 행사에서 머스크가 오픈AI에 해를 끼칠 가능성에 대해 "나는 머스크가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또 소송 등 머스크와 갈등 관계에 놓인 것에 대해 "대단히 슬프다"며 "나는 머스크와 함께 자랐고, 그는 내게 엄청난 영웅(mega hero)과 같았다"며 머스크를 치켜세웠다.
올트먼은 지난 1일 폭스비즈니스에 방영된 인터뷰에서는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AI 개발을 지원할 인프라를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 일을 매우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머스크와 사이가 나쁜 빅테크 인사 중 한명이다. 둘은 2000년대 초 각각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을 설립하면서 민간 항공 우주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머스크는 코로나 음모론 관련 저서가 아마존에서 출간되지 않자, "베이조스는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비난했고, 베이조스는 트위터 인수로 테슬라가 중국에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최근 베이조스의 태도가 달라졌다. 지난달 21일 머스크는 베이조스를 겨냥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진다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을 파는 게 좋겠다'고 베이조스가 말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렸다.
그러자 베이조스는 화들짝 놀라며 "아니다. 100% 사실이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했다. 예전 같으면 무시하고 넘어갔을수도 있었을 문제였다.
베이조스는 트럼프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를 위해 "내 우주선의 좌석 하나를 비워 놓겠다"고 조롱했고,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의 기자를 동원해 트럼프 검증팀을 가동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WP가 그간 전통을 깨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사설을 삭제하도록 했다.
지난 4일 NYT 주관 행사 '딜북 서밋'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 규제 문제에 진지하다는 것에 매우 낙관적"이라며 "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전보다 더 차분해졌고 지난 8년간 성장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머스크에 대해서도 트럼프와 관계를 이용해 경쟁사에 피해를 주거나 자신의 회사에 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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