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제2의 엔비디아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시가총액이 단숨에 1조 달러를 돌파했는데,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수혜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증권부 신재근 기자와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지금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데 브로드컴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
<기자>
브로드컴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에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주문형 반도체(ASIC)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재는 빅테크 기업 대부분이 엔비디아 GPU에 의존하고 있는데, 문제는 엔비디아의 칩이 비싸고 공급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만들려고 하는 건데, 시장은 브로드컴의 제품이 당장 엔비디아를 대체하기 보다 보완재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GPU가 인공지능 분야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브로드컴이 빅테크 기업과 개발 중인 반도체는 특정 연산에 특화돼 직접 경쟁 관계는 아니란 이유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에는 검색 기능에 특화된 반도체를, 메타에는 소셜 네트워크 기능에 특화된 인공지능 반도체 칩을 만들어 공급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맞춤형 반도체를 사용하게 될 경우 엔비디아의 범용 반도체를 쓰는 것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기대감에 브로드컴 주가는 5일 만에 30% 넘게 올랐고, 나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앵커>
투자 시장에서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브로드컴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고요?
<기자>
맞춤형 반도체의 쓰임새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인공지능 산업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주문형 반도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브로드컴은 구글과 메타, 바이트댄스 등 현재 확보하고 있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서버의 유효 시장이 오는 2027년 최대 900억 달러, 우리돈 13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클라우드 업체들의 주문형 반도체 채택이 확대되고 있고, 도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브로드컴을 주목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중론인데요.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도 브로드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올 3분기 브로드컴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전 분기 대비 1.24% 늘렸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국민연금이 엔비디아 비중을 더 늘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현 시점에서 오를 만큼 오른 엔비디아보다는 브로드컴이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앵커>
맞춤형 반도체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이 들어가지 않나요. 삼성과 하이닉스에도 호재란 분석이 나오고 있죠.
<기자>
엔비디아의 GPU에 SK하이닉스의 HBM이 탑재되는 것처럼 맞춤형 반도체에도 HBM이 사용됩니다.
시장은 HBM 생태계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삼성과 하이닉스에도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실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부터는 빅테크 업체들의 맞춤 제작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엔비디아와 AMD 등 HBM 공급처가 한정돼 있지만 맞춤형 반도체를 쓰는 곳이 많아지면 공급처도 다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동안 엔비디아가 미국 증시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브로드컴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국내 증시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자>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미국 증시가 활력 있는 건 주도주 바뀜이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혁신기업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10년 전 애플과 엑슨모빌, 버크셔 해서웨이 등이 미국증시 시총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면 지금은 엑손모빌과 버크셔의 자리를 엔비디아와 아마존, 테슬라 등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증시는 혁신기업 수가 극히 적고 시총 지각변동이 활발하지 않은 측면이 있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가 부동의 상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무려 25년간 시총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역동성의 차이가 미장과 국장의 주가 레벨과 수익률 격차로 이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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