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9일 1,450원을 넘어서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원자재나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대부분 기업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가격 상승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달러로 결제하는 일부 수출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비 증가 등의 우려가 있어 리스크로 작용한다.
반도체 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제품 판매 가격이 높아져도 장기적으로는 수입하는 웨이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에 타격을 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강달러 추세가 장기화하면 설비 투자 비용이 증가한다.
배터리 업계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강달러로 투자액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 매출은 4천억원가량 증가하며 이 가운데 일부는 부품, 원자재 비용이나 현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상쇄된다.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여서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석유 제품 수출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원유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환차손으로 경영 실적에는 악영향이 발생한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 업계 또한 환율 급등이 골칫거리다.
수입 비용이 증가해 원가 부담이 증가하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철강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품업계도 큰 고민에 빠졌다.
식량자급률이 하위권인 한국은 식품 원재료 등을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하락해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오르면 식품 기업들은 제품 원가 압박을 받게 된다.
이는 라면, 빵, 칼국수, 과자, 초콜릿, 주스 등 광범위한 식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3∼6개월 치의 원재료 재고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고환율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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