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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입김에 예산안 표류…6년 만에 셧다운 초읽기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12-20 08:56   수정 2024-12-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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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성장률과 고용이 시장 예상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채금리는 뛰고 반등하던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미국의 임시 예산안에 대한 미 의회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 셧다운이 재연될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현지시간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08포인트, 0.09% 내린 5,867.08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직후의 충격을 딛고, 이날 개장 초반 1% 가까운 회복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오후들어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마이크론의 어닝 쇼크 여파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9.92포인트, 0.1% 하락한 1만 9,372.77에 그쳤다. 주요 3대 지수 가운데 다우존스 종합지수만 15.37포인트, 0.04% 상승한 4만 2,342.24로 열흘 간 이어진 하락세를 마감했다.

채권과 외환시장은 전날의 충격을 이어갔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7bp(1bp=0.01%) 오른 4.568%로 4.5%선을 다시 돌파했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춘 여파로 이날 220억 달러의 5년물 국채경매는 응찰률 2.1배, 해외 투자자 수요인 간접 응찰률 51.4%로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 인덱스는 0.38% 오른 108.41을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3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가 3.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두 번째 발표 당시의 2.8%와 시장 전망 2.8%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3분기까지 미국의 강력한 소비지출이 성장을 이끌었고, 정부 지출 또한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상무부에 따르면 3분기 미국의 소비지출은 3.7% 늘어 1년 만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뺀 PCE 물가지수는 2.2%로 2분기의 2.8%에서 크게 하락했다.

고용 지표도 강력한 흐름을 이어갔다. 미 노동부는 지난 주 기준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 건으로 직전 보다 2만 2천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2주 이상 실업상태에 놓인 인구도 187만 4천 명으로 직전 집계 수준에 그치는 등 해고되거나 취업을 하지 못한 인구수가 역사적인 저점 수준을 지속해 이어갔다.

이러한 지표들을 반영한 선물 시장은 내년 한 차례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내년 1월 금리 동결 확률 91.5%, 3월 인하 확률은 52.5%를 기록 중이다.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시장에는 또 다른 악재 소식이 이어졌다. 전날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가 합의한 임시 예산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 속에 사실상 폐기되고, 미 하원 지도부가 새로운 안을 내놓는 등 연말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부채 한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의회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양당 지도부 합의안에 대해 “최근 제안한 지출의 많은 것들은 100% 폐기되어야 한다”며 “만일 그것(연방정부 셧다운)이 발생한다면, 트럼프가 아닌 바이든과 함께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존스 의장이 이끄는 미 하원 공화당은 이러한 트럼프의 주장을 반영해 현재 연방정부 지출을 내년까지 3개월 연장하고, 부채한도는 2027년까지 2년간 중단하는 방안의 새로운 법안을 공개했다. 민주당의 핵심 요구사항인 재난 지원금 등 1100억 달러만 포함시킨 간소화된 임시 예산안이다.

미 하원 공화당은 기존 임시 예산안에 대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가 커지고, 단독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법안을 대폭 손질했다. 그러나 새로 공개된 임시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해당 법안이 ‘웃음거리(laughable)’라며 날을 세웠다. 하원 공화당 주도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원 민주당의 표결이 남아있어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 의회가 하루 뒤인 20일까지 이번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는 6년 만에 셧다운을 겪게 된다. 미 연방정부는 2018년 당시 트럼프 1기 정부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갈등으로 같은해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까지 셧다운에 돌입했다.



미국의 경제 상황의 가늠자 역할을 해온 페덱스는 비용 절감과 주력 사업 분할 상장 발표에 시간외에서 13% 뛰었다. 페덱스는 약 300억 달러 가치로 추정되는 지상 화물 사업부문을 18개월 이내에 스핀오프하겠다고 밝혔다. 익스프레스 부문을 주력으로 남기고, 소형 소포 중심의 화물 시장에 집중해 비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페덱스는 또한 지난 분기 매출액 220억 달러, 조정 주당순익은 4.05달러로 비교적 선방했다. 매출은 컨센서스인 221억 5천만 달러보다 낮았지만, 주당순이익은 4.02달러인 전망치를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을 보여준 나이키는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 체제 이후 깜짝 실적을 썼다. 지난 분기 주당순이익은 78센트로 예상 63센트를 넘어섰고, 매출액은 123억 5천만 달러로 컨센서스 121억 3천만 달러를 상회했다. 수요가 적은 에어포스1 등 오래된 제품을 퇴출 시키고, 풋락커 등 도매 사업자들과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 지역별로 북미 매출은 51억 8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8% 감소했으나 예상치를 상회한 성적을 냈고, 중국은 17억 1천만 달러로 컨세서스를 소폭 밑돌았다.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는 이날 성명에서 "스포츠를 나이키의 중심으로 되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제품을 대거 적용한 엑센추어는 2025회계연도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해 이날 7% 올랐고, 감자 튀김 재료 공급업체인 램 웨스턴은 매출 악화와 경영진 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20% 급락했다. 반도체 업종은 엔비디아가 1.37% 반등을 보였음에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기준 1.5% 하락했다. 마이크론이 2분기 가이던스를 컨센서스보다 낮게 보고하면서 16% 넘게 내렸고, 램 리서치 등 장비업체도 2~5% 내렸다.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올해들어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지난 11월 기준 한 달 만에 약 30% 내렸고, 웨이퍼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등 수익 악화에 놓여있다. J모건의 할렌 서 애널리스트는 “내년 데이터센터 매출로 제품 믹스는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목표가를 180달러에서 145달러로 내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도 PC와 스마트폰 수요 둔화가 메모리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NAND 침체와 밸류에이션 하향 등을 감안해 12개월 목표가를 120달러에서 110달러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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