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에 사재기까지…가격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정빛나 기자 = 연초부터 계란, 무, 당근 등 농축수산물이 많게는 평년(직전 5개년 평균)의 2~3배 수준까지 뛰었다.
가격 급등의 원인도 조류인플루엔자(계란), 지난해 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무·당근·배추 등),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오징어) 등으로 다양하다.
계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사재기' 등 유통 과정의 문제까지 겹쳐 정부가 나서도 단기간에 가격을 쉽게 안정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 '급등하는 양배추·무·당근·오징어·계란
연합뉴스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에서 지난 6일 기준 주요 농축수산물의 가격을 확인한 결과, 급등이 가장 두드러진 품목은 지난해 폭염과 태풍 피해를 직접 받은 무·당근·양배추였다.
양배추(한 포기) 전국 평균 소매가는 5천578원으로 평년(2천630원)의 2.1배(112.1%↑)에 이르렀다.
실제로 양배추는 현재 A마트에서 3천680원에, B마트에서 3천980원에 각각 팔리고 있다. 1천880원, 2천650원이었던 1년전 가격의 각각 1.96배, 1.5배 수준이다.
평년에 1천303원 정도였던 무(한 개)도 3천96원으로 2.4배(137.6%↑)까지 뛰었고, 당근(1㎏) 역시 평년의 2.2배(123.8%↑)인 6천26원으로 치솟았다.
B마트에서 지난해 1월초 600원에 팔리던 당근 한 개는 현재 3배가 넘는 1천880원을 줘야 살 수 있다.
배추(한 포기)도 평년 가격(2천893원)보다 50.5% 높은 4천354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수산물 중에서는 오징어, 갈치, 굴 값이 예년보다 비쌌다.
물오징어(한 마리)와 건오징어(열 마리)의 전국 평균 가격은 각각 평년대비 14.5%, 20.1% 높았다. A마트에서 지난해 2천800원이면 사던 물오징어 한마리를 지금 사려면 3천700원을 내야한다.
갈치(한 마리)와 굴(1㎏) 가격 상승률도 각각 21.2%, 12.4%다.
축산물의 경우 쇠고기 상승이 눈에 띈다.
한우등심(1등급 100g) 평균 소매가격은 현재 7천821원으로, 평년(6천362원)보다 22.9% 높다. 호주산갈비(냉장)와 미국산갈비(냉동)도 11.1%, 5.6% 올랐다.
AI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평년(5천539원)보다 61.7%나 뛴 계란(특란) 가격(8천960원)은 설을 앞두고 더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전국 계란 소매 최고값은 1만6원으로 1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 작년 폭염·태풍에 중국 불법조업, AI 겹쳐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지난해 여름과 가을 각각 한반도를 덮친 폭염과 태풍(차바)이 꼽힌다.
배추, 무, 당근, 양배추 등은 지난해 가을 잦은 비로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평균 기온도 낮아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필수재인 농축수산물은 가격이 비탄력적이어서 자연재해로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2~3배로 껑충 뛸 수 밖에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 당근 등은 대부분 제주에서만 나는데 태풍 때문에 출하량이 급감했다"며 "시설에서 재배되는 물량이 풀리는 봄까지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은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나 폭염 때문에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한반도 근해에서 잡히는 어종이 달라진다.
오징어가 대표적인 경우다. 오징어는 높아진 해수 온도 때문에 개체 수가 준 데다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통해 그나마 남은 물량을 쓸어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어획량 감소가 수산물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수 온도 변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과도한 치어(어린 물고기) 포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한우는 도축 마릿수가 줄어서, 수입산 쇠고기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비싼 한우의 대체품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aT 등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AI도 축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로 산란계(계란을 얻기 위해 키우는 닭)가 대거 폐사되면서 계란 값은 치솟은 반면, 닭고기의 경우 감염을 꺼리는 소비자 심리 탓에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 사재기 등 유통과정 문제도 '의심'
농축수산물 공급이 여러 다양한 이유로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사재기 등 유통구조 문제로 상승 폭이 커지는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계란 가격 동향이다.
현재 계란 소매 가격은 산지 가격보다 40%나 비싼 상태다. 때문에 농가 혹은 유통상이 계란 사재기 등을 통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농축산물의 도매가가 뛰어도 소매가격은 사전 산지 계약 등을 통해 가격 상승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지만, 이번 계란 파동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란 등 농축수산물은 대체로 가격에 굉장히 민감하고, 설까지 임박하면서 사재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농식품부는 유통업체와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계란 사재기' 현장 점검에서는 뚜렷한 위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을 앞두고 정부는 다시 2차 계란 사재기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계란 사재기 제보 '핫라인'도 운영할 방침이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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