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초강수 둔 日 속내…보수파 결집 노려 韓 때리기(종합)

입력 2017-01-06 23:56   수정 2017-01-06 23:57

'부산 소녀상' 초강수 둔 日 속내…보수파 결집 노려 韓 때리기(종합)

韓에 사죄서한 용의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외교실패 만회 부심

북방영토 협상 실패에 민심 이반…日 극우행보에 주변국 '부글부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를 극구 회피하면서 우경화 행보를 펼쳐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국 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일시귀국 시키는 초강수를 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아베 총리의 잇따른 외교실패 등으로 실망한 우익 보수층을 결속해 국내 지지기반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일본 정부가 6일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일시귀국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보수층 결집 노림수라는 것이다. 귀국조치 시점은 다음 주다.



◇ MB 독도방문 후 4년 반만에 대사 일시귀국 '강수'

일본이 한국에 항의하며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인 것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상으로서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데 항의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당시 대사를 일시 귀국시킨 이후 4년 반만이다.

그 후에도 일본은 한국과 크고 작은 결정을 겪었으나, 대사 일시귀국이라는 메머드급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이날 조치는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 만큼이나 큰 사안으로 본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행보에는 재작년 말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합의해 일본 측이 군위안부 지원 재단에 10억 엔(약 102억 원)을 송금해 합의 이행은 종결됐으며, 그걸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보인다.

그런 인식 속에서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의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막지 않은 것은 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판단을 했음 직하다.

특히 서울 소재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지속해서 압박해온 상황에서, 부산에 또 하나의 위안부 소녀상이 생긴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한일 정부 간 합의는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 '조약'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국의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양국 합의에 반대했고, 한국 시민단체들은 물론 일반 국민 상당수가 졸속 합의라고 비판해 재협상 요구가 뜨겁다는 점에서 일본 측의 논리는 말 그대로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눈에 띄는 건 일본 정부가 주한 대사와 부산 총영사 일시귀국과 더불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라는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일본 측의 이런 경제적 압박 카드는 한국 내 대일 감정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정부의 경제압박은 '갑질'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위안부 문제에 한번도 직접 사과 안 한 아베…과거사 모르쇠

아베 총리가 한일 합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는 해당 합의 이후 일본 측의 태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한일 합의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전한 적은 있지만, 아베 총리는 그동안 한 번도 공개석상에서 서한이나 육성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 않은 데 분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작년 10월 자국 국회에서는 사죄 서한을 전달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이미 사과한 만큼 직접 사죄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한 것이다. 기시다 외무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한 사죄에도 최소한의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쏟아졌다.

한국 등 주변국에선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화해'를 강조하면서도,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자위대의 무력사용 행보 강화를 통해 군국주의화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에 대한 의욕도 숨기지 않고 있다. 헌법 9조(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며 육해공군과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를 개정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본 주요 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제국주의 일본이 공습한 미국 진주만을 방문해 '화해'를 강조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에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현직 방위상으로는 최초로 A급전범들이 합사해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데서도 일본의 속내가 훤히 드러난다.



◇ 북방영토 협상 실패 만회하려 한국 공격카드 꺼낸듯

일본 안팎에서는 아베 정권이 이처럼 강공에 나선 건 최근 아베 총리의 잇단 외교실패와 지지율 하락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깜짝 회담을 성사했지만 기대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반환에 진전은 없이 러시아에 경제적 지원 보따리만 안겼다는 비난이 일자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빌미로 한국 공격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부산 소녀상 설치 문제를 부풀려 대사 일시귀국이라는 초강수로 민감한 과거사 문제를 건드려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밤 위성방송 BS 후자에 출연해 "한국이 중요한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교섭하는 데에는 꽤 성가신 국가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간사장 대행도 "매우 유감이다. 국가와 국가와의 약속을 한국이 지켜야 한다"라고 말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한국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차후 야권이 집권하게 되면 재작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변경을 가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수를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日, 그래도 대북 방위협력은 유지 희망

일본은 이처럼 부산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주한대사 소환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면서도 한국과의 대북 공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더라도 한미일 3국 간의 방위협력은 유지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화나 있는 것을 전달하고 상대(한국)의 반응을 보고 있다. 한국과의 교섭 라인은 유지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는 한편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는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보도한 데서도 그런 기색이 역력하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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