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동물원 등에서 사육하는 원숭이도 야생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고구마를 물로 씻어 먹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원숭이에게도 ''식(食)문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이치(愛知)현 이누야마(犬山)시에 있는 일본 원숭이센터의 야마타 쇼야(29) 사육담당자는 2015년 9월부터 작년 3월까지 55차례에 걸쳐 조사한 이런 내용의 관찰기록을 작년 12월 가고시마(鹿兒島)대학에서 열린 일본영장류학회에서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센터에서 사육 중인 야쿠일본원숭이 150마리 중 3분의 1인 50마리가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컷이 33마리, 암컷이 17마리였다.
50마리 중 어미도 고구마를 씻는 행동을 한 원숭이는 10마리, 어미가 고구마를 씻지 않은 원숭이는 20마리였다. 나머지는 어미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 4사 미만의 어린 원숭이들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센터에서 사육하는 일본원숭이들은 이세완(伊勢灣) 태풍이 불었던 1959년 사육사가 폐자재를 태워 몸을 녹이는 것을 목격한 후부터 무서워하지 않고 모닥불 근처로 다가와 불을 쬐게 됐다. 이때 일부 원숭이가 사육사가 나눠준 군고구마를 사육시설 내의 연못물에 담가 식혀서 먹게 됐다. 이를 계기로 평소 날고구마도 연못 물에 씻어 먹는 행동이 관찰됐다.
미야기(宮城)현 고지마(幸島)에 서식하는 야생 일본원숭이도 사람이 준 고구마를 바닷물로 씻어 간을 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와이 마사오 전 교토(京都)대 영장류연구소장은 1965년 야생 일본원숭이의 이런 행동을 "인간 이외 동물의 문화적 행동"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영국 과학지 '프라이메티즈(PRIMATES)'에 발표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야쿠일본원숭이는 가고시마(鹿兒島)현 남쪽에 있는 야쿠시마(屋久島)에 서식하는 일본원숭이의 일종이다.
야마타 사육사는 이 점에 착안 "고지마에서와 마찬가지로 원숭이의 문화적 행동"일 것으로 생각, 관찰기록을 작성했다고 한다.
조사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발표한 야마타 사육사는 "원래 뜨거운 고구마를 식히려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뜨겁지 않아도 물에 담그는 식(食)문화적인 습관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어미 이외의 다른 원숭이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흥미롭다"면서 "4살 이상이 되지 않으면 그런 행동을 습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야마타씨는 앞으로 고구마를 씻는 행동이 원숭이 그룹에 전해진 경로와 요인 등을 밝히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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