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두고 귀화…루지 세계 최강 독일 유망주 출신
"평창 메달 목표"…올림픽 이후에는 한국에 노하우 전수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썰매 스포츠는 그 모양과 타는 방법 등에 따라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으로 나뉜다.
썰매는 오랜 세월 유럽, 북아메리카의 전유물이었다. 한국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와 기업의 대대적인 지원이 잇따르면서 봅슬레이에 원윤종(32)-서영우(25), 스켈레톤에 윤성빈(23)이라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나왔다.
하지만 유독 루지에서는 국제 무대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는 한국인 선수가 없었다.
다급해진 대한루지경기연맹이 급히 수혈한 선수가 독일 출신의 아일렌 프리슈(25)다.
루지연맹은 2015년부터 프리슈의 귀화를 추진했고, 그는 1년여 만인 지난해 연말 법무부 최종 면접을 통과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한국 썰매의 개척자인 강광배(44) 한국체대 교수는 한국 루지가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비교해 성과가 적었던 이유를 루지 종목의 특성으로 설명했다.
강 교수는 "루지는 세 종목 중 가장 기본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타야 성인이 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 루지를 접한 사람이 전무하다.
루지는 뒤로 누운 채 다리부터 내려오기 때문에 봅슬레이나 스켈레톤과 달리 힘찬 스타트 동작이 없다.
스타트가 중요한 봅슬레이, 스켈레톤에는 순발력이 좋은 다른 종목의 선수가 성인이 돼 전향한 경우가 많지만, 루지는 감각에 의존한 조종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프리슈는 루지 세계 최강국인 독일에서 전문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는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오르고 2013년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독일 내 경쟁에서 밀렸다. 독일 루지계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보다 대표팀에 발탁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결국, 프리슈는 2015년 루지계를 떠났다.
한국 루지 대표팀의 사령탑 역시 독일 출신의 사터 스테펜 감독이다.
독일 루지계의 사정을 잘 아는 스테펜 감독이 루지연맹과 공감 하에 '한국 대표로 평창올림픽에 도전해보자'고 프리슈를 직접 설득해 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프리슈는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에서 열린 루지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다.
2년 가까운 공백기를 거쳐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프리슈는 전체 24명의 출전 선수 중 12위를 차지했다.
독일 출신 선수들이 금메달과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루지연맹 관계자는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며 "올 시즌에는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감각을 끌어올리고 비시즌에 체력을 키우면 다음 시즌에는 기대할 만할 것 같다"며 "물론 목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이라고 덧붙였다.
썰매는 다른 어느 종목 이상으로 경기장 적응도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지간히 기량이 월등하지 않으면 눈 감고도 트랙을 내려올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선수를 당해내기 쉽지 않다.
프리슈가 평창 트랙에서 수없이 반복 훈련할 수 있는 '한국' 선수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어느덧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 수도 있을 전망이다.
루지연맹은 올림픽 이후에는 프리슈가 한국 대표팀에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도록 이끌 계획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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