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어른'에 상처받는 10대 알바생들 "욕하고 때리고 만지지 마세요"
아르바이트 체험 충북 특성화고교생 25명 인터뷰집에서 애환 털어놔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절박해서, 혹은 용돈을 벌면서 사회 경험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깃집이든 편의점이든 곳곳에서 이들 10대 아르바이트생이 활약한다. 일손이 필요한 자영업자 입장에서 저렴한 품삯의 '알바생'들은 여간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뛰는 청소년들은 서럽다. 기껏해야 최저임금 정도를 받으면서 업소 주인과 손님들로부터 꾸중과 욕설을 듣기 일쑤다. 심지어 손버릇이 못된 어른들에게서 성추행을 당하는 학생들도 적지않다.
어른들이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을 함부로 대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청소년 노동자,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하다!'라는 제목의 특성화고 아르바이트생 인터뷰집을 발간했다.
노동의 가치, 정당한 근무, 현장실습 및 아르바이트, 산업재해, 노사관계, 해고 및 임금체불, 근로계약 등 주제를 다룬 교수학습 지도안과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실태를 분석한 '함께 일기'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눈에 띄는 것은 충북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연구회(회장 조종현 청주농고 교사) 소속 교사들이 지난해 9∼11월 아르바이트 경험 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심층 인터뷰다.
인터뷰는 2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학생들의 경험담이 가감 없이 실렸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A(17)군은 "술을 마시고 진상을 부리고,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거나 반말하는 손님들이 많았어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확한 규정이나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다는 B(18)군은 "자잘한 실수를 했다고 지점장한테 계산대 뒤쪽에서 어깨를 맞고, 청소하다가도 똑바로 안 한다고 맞았따"고 토로했다.
타이어공장, 건설현장, 편의점, 뷔페식당 등 아르바이트 경험이 풍부한 C(18)군은 "알바라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 주세요. '이××, 저××' 욕을 듣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장님들도 자식이 있는 데…"라고 싫은 기억을 떠올렸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피자가게, 빵집, 미용실, 동물 숍, 커피숍 등에서 일했다는 D(18)군은 "손님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어요. 여자 손님이 뜨거운 커피에 입술을 데었는데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서비스가 왜 이 모양이냐며 소리 지르고 제 멱살을 잡았어요"라고 전했다.
D군은 '악덕 사장'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며 "일하다가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네가 물어낼 거야? 등 심한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르바이트생도 인격체로 존중해 줬으면 해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째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E(19)양은 "술 취한 손님들로부터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언어폭력을 많이 당했어요. 일 끝나고 집에 가면서 서러워서 몇 번 울기도 했어요"라고 고백했다.
감자탕 집에서 일했다는 F(17)양은 "사장님이 귀엽다고 볼 만지고 등이랑 머리를 쓰다듬은 적이 있어요. 제 손을 만지는데 너무 불쾌했어요"라며 진저리를 쳤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음식점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G(18)양은 "손님들이 반말은 기본이고 욕설을 많이 해요. 일 끝나면 술 마시러 가자는 손님도 있었어요. 사장님들에게 부탁해요. 아르바이트생들 존중해 주세요. 갑을 관계가 아니잖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머지 학생들도 언어폭력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저마다의 고충을 털어놨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의 가장 큰 바람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임금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김병우 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와 노동을 주제로 한 생생한 인터뷰가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며 "'청소년 노동자'들의 외침을 귀담아듣고, 필요한 지원과 교육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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