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전시관을 점거한 자동차들

입력 2017-01-06 17:31  

가전 전시관을 점거한 자동차들

CES 2017서 전자·IT-車 산업경계 무너져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17'에서는 자동차와 전자·IT(정보기술) 산업 간 융합·경계 파괴가 뚜렷했다.

2015년 CES에 처음 독립적으로 마련된 자율주행 전시관은 더 규모를 키웠고, 전통적인 전자·가전업체들의 전시관도 자동차들이 대거 점거했다.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아니라 'Car Electronics Show'라는 농담이 사실이 돼가는 형국이다. 전자 산업은 이제 자동차 산업과 융합을 넘어 통합되는 분위기다.

이날 주요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삼성전자[005930], 파나소닉, 인텔, 보쉬 등 전통 전자업체들의 전시장 한편에는 자동차가 어김없이 세워져 있었다.

자율주행 또는 커넥티드 카 기술을 연결고리로 자동차와 전자·IT의 접면이 더욱더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파나소닉 전시장에는 가장 '핫'한 전기차 모델 중 하나인 '테슬라X'가 세워져 있었다. 뒷좌석 문짝이 하늘을 향해 열리는 독특한 외관부터 눈길을 끄는 차다.

파나소닉이 독점적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특수관계를 반영한 것이었다. 파나소닉은 100% 전기로 움직이는 이 차에 대해 "가장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이라고 소개했다.

파나소닉의 전시장 다른 한쪽에 마련된 콘셉트카는 더 인상적이었다. 운전석이 아예 뒤쪽으로 돌아 뒷좌석과 마주 볼 수 있는 구조로 된 이 차는 파나소닉이 그리는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준다.

운전자는 아예 뒤를 보고 돌아앉는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놓인 테이블 위에서 가족끼리 게임을 하거나 대화를 나눈다.




전시 차량 옆에서 상영되는 영상에서는 한 남자가 사무실에서 차량을 호출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차는 얼굴 인식 기능으로 남자의 신원[009270]을 확인하고 인사를 건넨다. 자율주행이 활성화되자 남자는 업무를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가족들과 만나자 그때부터 차 안은 한 가정의 거실로 변한다. 게임을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음악을 듣는다.

인텔 전시장에는 BMW의 전기차 i8이 세워져 있었다. 두 회사는 이미 4일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기 위해 공동으로 시험주행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급해온 이스라엘의 모빌아이와 함께 3자가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인텔은 또 전시장에서 자율주행 반도체(SoC·시스템온칩)를 개발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장애물이나 사람을 감지하고, 클라우드를 통한 강력한 학습을 통해 오류나 실수의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인텔은 '인텔 고(GO)'도 소개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앞두고 자동차업체들에게 제공할 개발 플랫폼을 내놓은 것이다. 5G는 자율주행 기술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도 자국의 완성차 업체인 볼보의 차량을 전시관에 들여놨다.

에릭슨은 앞서 3일 CES에서 퀄컴, 아우디와 함께 LTE 통신 기술을 차량 통신(V2X)에 접목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V2X는 차량끼리의 통신은 물론, 차량과 인프라 간, 차량과 보행자 간 통신 기술을 뜻한다.

독일 가전업체 보쉬는 "자동차는 제3의 주거 공간"이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첫 번째가 집, 두 번째가 사무실이라면 세 번째는 자동차라는 것이다.

보쉬는 전시된 차에서 가정이나 사무실과 무선으로 연결해 조명이나 냉난방 장치를 가동시키고, 문·창문 등을 여닫을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또 주방 도우미로 개발 중인 '마이키'(Mykie)와도 연동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마이키에 내장된 음식 메뉴와 레시피를 확인한 뒤 집에 가는 길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은 물론 미디어 플레이어와 스마트홈 제어 등의 기능을 갖게 된다.

특히 시선은 전면 도로를 응시한 채 촉각을 이용해 조작할 수 있는 '네오 센스'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네오 센스 패널은 평면이지만 각각의 버튼에 고유의 문양을 지정하면 손끝의 촉감으로 버튼을 구분하고 작동할 수 있다.

보쉬 관계자는 "2년 안에 고객사에 관련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이어 이번에는 스마트워치에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기어S3에 'BMW 커넥티드 기어'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차에 타지 않고도 BMW7에 목적지를 입력하거나 문을 여닫고 남은 연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가 인수하기로 한 미국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업체 하만은 스위스의 독창적 콘셉트카 제조업체 린스피드와 손잡고 공유용 자율주행 콘셉트 전기차 '오아시스'를 선보였다.

자가용이 아닌 공유용 소셜 카를 겨냥했다는 점부터 색다르다. 공유 차량이지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해뒀다가 그 사람이 차를 빌려타면 이를 불러온다.

클라우드로 평소 자주 가는 목적지나 경로, 즐겨 찾는 식당, 좋아하는 음악 등을 고스란히 불러내 자가용 같은 공유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차 안에서는 이메일을 읽고 보내거나 일정을 확인하고 스카이프를 이용해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과 회의할 때는 자연언어 번역 기능도 지원한다.




교통 체증이 있으면 클라우드에서 교통 정보를 검색해 대체 경로를 추천하기도 한다.

차의 앞유리는 통째로 스크린이 된다. 증강현실 기술로 속도와 목적지까지의 거리·시간이 표시되고, 중간중간 자주 가던 식당을 마주치면 음식 가격이나 별점 등 식당 정보도 제공한다.

업무만 보는 게 아니다. 친구들과 페이스북을 하거나 음악·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전부 다 귀찮으면 낮잠을 자도 된다.

하만 관계자는 "오아시스의 실내는 가정의 거실과 같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서 소비자들이 피부에 와 닿는 혁신을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 연비 개선, 속도 증강 같은 자동차의 전통적 가치보다는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등으로 넘어오면서 자동차 산업과 전자·IT 산업이 점점 급속도로 통합되고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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