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혈액 속을 떠도는 암세포를 채혈만으로 간단하게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암은 덩어리 형태인 종양을 일컫는 말이지만, 종양에서 떨어져나온 암세포가 혈액 속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를 '혈중순환종양세포'라고 부르는데, 암의 전이를 일으키는 원인인 동시에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국립암센터 조영남(분자영상치료연구과)·이은숙(유방내분비암연구과) 박사팀은 초기유방암 환자 41명의 혈액에서 혈중순환종양세포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암 환자의 혈액에 암세포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영상장비 촬영으로 보이지 않는 조기암이나 미세 전이 등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혈액 내에 백혈구나 적혈구 등은 대량으로 존재하지만 암세포는 극미량만 포함돼 있어 검출이 쉽지는 않다.
연구팀은 암세포에 발현된 단백질을 붙잡는 성질을 가진 항체들을 실처럼 얇고 긴 형태의 고분자 나노와이어에 입혔다.
두께 200㎚, 길이 20㎛의 나노와이어에 입혀진 5종의 항체가 혈액 속 다양한 세포 중에 암세포가 있으면 이를 강하게 붙들어 원형을 손상하지 않고 검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초기유방암 환자 41명에게서 채혈한 소량의 혈액에 나노와이어를 집어넣은 결과 암세포가 검출됐고 대조군으로 설정된 정상인 16명의 혈액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 나노와이어에는 암세포가 검출됐을 때 색깔이 변하는 기술이 접목돼 있어 환자가 채혈한 뒤 바로 눈앞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조영남 박사는 "혈중순환종양세포 진단이 가능해지면 암의 조기발견은 물론 치료와 재발방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이번에 개발된 진단 기술은 조직검사가 아닌 채혈만으로 암세포를 검출할 수 있어서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효과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소재'(Biomaterials) 최근호에 게재됐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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