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홍영권 사건과장 "당연히 해야 할 일 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테니스장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한 동호회원을 현장에서 함께 운동하던 검찰청 직원이 재빠르게 응급처치해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홍영권(58) 서울동부지검 사건과장은 새해 벽두인 이달 1일 오후 5시께 서울 강동구의 한 테니스장에서 동호회원들과 함께 테니스를 했다. 랠리가 이어지고, 경기는 한창 열기를 더해갔다.
홍 과장과 함께 복식 경기를 하던 상대 선수 이모(66)씨가 서브하러 이동하던 중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혀가 말려 들어가 호흡을 하지 못하고, 손가락은 펴지지 않았다. 몸은 시시각각 굳어갔다.
반대쪽 코트에서 상대편 선수로 경기하던 홍 과장은 코트를 내달려 이씨에게 다가가 기도를 확보했다. 이어 침착하게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다.
주위에 있던 다른 동호회원들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며 힘껏 가슴 부위를 눌렀지만, 이씨의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못했다. 다른 회원들도 몰려와 몸을 주무르고 바늘로 손가락을 따는 등 응급처치를 도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던 홍 과장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하필 119 구급대가 다른 지역으로 출동한 탓에 현장 도착까지는 10분가량 걸렸다.
홍 과장을 비롯한 동호회원들은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처음 CPR을 시행할 당시 정지 상태로 느껴졌던 이씨의 심장은 CPR이 계속되자 미세한 떨림을 되찾는 듯 보였다. 홍 과장은 계속 이씨의 심장을 눌러 펌프질했다.
마침내 구급대원이 도착해 제세동기를 이용한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씨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홍 과장의 재빠른 응급처치 덕분인지 이씨는 구급차 이송 중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장마비 환자가 이렇게 빨리 의식을 되찾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홍 과장의 응급처치에 놀라움을 표했다고 한다.
홍 과장은 7일 "지난해 11월 지검에서 열린 응급처치 교육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습해 망설임 없이 심폐소생술에 나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기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이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지나쳤다면 이씨의 목숨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 때 앞에 나가 직접 실습까지 했더니 응급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당연한 일을 했고, 오히려 다시 건강하게 깨어나 준 이씨에게 내가 더 감사하다"며 겸양을 보였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