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훼손 안돼"…체코 국민화가 무하 대표작 日전시 발묶여

입력 2017-01-07 10:30  

"작품훼손 안돼"…체코 국민화가 무하 대표작 日전시 발묶여

후손·문화예술계 인사 600명 반대서명…"문화적 이해는 정치·경제에 우선"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체코의 '국민화가' 알폰스 무하(1860~1939)의 대표작인 '슬라브 서사시(Slav Epic)'의 외국 전시가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예술적 역량을 18년간 쏟아부어 무하가 1928년 완성한 이 작품은 큰 것이 가로 8m, 세로 6m에 이르는 20개의 연작이다.

무하로부터 이 작품을 기증받은 체코 프라하 시가 일본 내셔널아트센터에 이를 3개월간 대여 전시하려 하자, 무하의 후손은 물론 역사학자와 보존학자까지 들고일어났다.

"작품이 너무 커서 이동하면 훼손 위험이 높다"는 게 반대하는 이유다.

현재 600명이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화가의 손자인 존 무하(68) 무하재단 이사장은 조부가 체코 프라하시에 요구한 기증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서 소유권 반환소송까지 제기해 오는 18일 첫심리를 앞두고 있다.






'슬라브 서사시'는 2012년부터 프라하 국립미술관에서 전시돼 있다.

체코의 민족 기원에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신화를 그린 이 대작은 체코 국민에게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제2차대전 때에는 하마터면 나치 독일의 손으로 넘어갈 뻔했다.

무하는 사망하기 직전, 자신이 민족주의자라는 이유로 나치의 조사를 받게 되자 이 작품을 둘둘 말아 지방의 한 학교에 숨겼다.

작품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본 것은 1960년대이다. 무하의 고향 마을에 있는 한 고성에 50년 가까이 전시돼 있다가 프라하로 옮겨졌다.

체코 정부는 관광진흥 차원에서 '슬라브 서사시'의 프라하 전시를 결정했지만, 훼손을 우려한 미술가, 역사학자들의 반발로 10여 년의 법적 분쟁을 거치고서야 가까스로 작품을 옮겼다.

이 작품의 외국 나들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 뿐이었다.

전작이 채 완성되지 않았을 때인 1921년, 작품제작을 지원한 미국 자선 사업가 찰스 크레인의 요청으로 뉴욕과 시카고에서 5개 작품이 전시된 바 있다.

그러나 작품에 자질구레한 손상이 간 상태로 체코로 돌아오자, 프라하 시는 1936년 이동을 금지시켰다.

전문가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도 훼손이다.

프라하 미술아카데미의 카렐 스트레티 교수는 "그림을 액자에서 떼어내 말아서 옮겨야 하는데, 그러면 템퍼라 화법으로 제작된 작품 표면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반대했다.

반대론자들은 체코 정부가 작품전시를 통한 수익에 눈이 멀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스트레티 교수는 "정치적, 정치적 이해는 문화적 이해보다 더 중요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하는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화가다. 체코의 첫 지폐와 우표를 디자인하고 주변국의 침략 속에 슬라브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는 작품 활동을 펼쳐 '위대한 체코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quinte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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