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맞추려? 오전 머리 헝클어져서? 윤전추 위증? 가능성 분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탄핵심판정 증언이 박 대통령의 '두 차례 머리 손질' 배경에 대한 여러 분석을 낳고 있다.
윤 행정관은 자신이 그날 오전 8시 30분께 박 대통령을 대면했을 때 "정상 업무복 차림에, 머리 손질·메이크업도 어느 정도 돼 있었다"며 관저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오후 들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다급히 전속 미용사가 호출됐다고 진술했다.
오전 중 외출이 가능한 상태로 몸단장했던 박 대통령이 어째서 세월호 구조 지휘가 다급했던 그 시점 머리 손질을 다시 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 대목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풀 실마리란 관측을 내놓는다.
첫 번째 가능성은 '비상상태 분위기 연출' 개연성이다. 박 대통령 전속 미용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일 오전·오후 두 차례 대통령 머리 손질을 했으며 "(참사가 일어난) 비상상태여서 일부러 그런 옷(민방위복)에 맞춰 (부스스하게 머리를 손질)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윤 행정관은 "미용사는 오후에만 오고 오전에는 오지 않았다. (인터뷰는) 오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박 대통령의 부스스한 머리 모양에 대해서는 "좀 다르긴 달랐다. 옷을 입혀드릴 때 뒤가 정리가 안 돼 있었다"고 시인했다.
즉, 오전 머리를 누가 손질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오후엔 외출에 앞서 비상 상황 분위기에 맞게 헝클어진 머리로 재연출하려 했을 개연성은 있는 셈이다. 300여 명이 '수장'되던 시점에 실제 이같이 행동했다면 이는 탄핵사유로 '생명권 보장' 의무 위배를 꼽은 국회 측에 공격의 구실을 주는 것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오전에 했던 머리가 헝클어졌을 가능성이다. 윤 행정관 말처럼 오전 8시 30분께는 머리가 외출이 가능할 정도로 단정했지만, 오전 일과 중 올림머리가 풀리거나 헝클어졌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월호 당일 의료·미용 시술설'과 연결이 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 원장은 세월호 당일 알리바이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영재 원장 외에도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등 각종 유사 의료행위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윤 행정관은 그러나 "당일 헤어·미용 빼고는 당일 외부인이 들어온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선 의료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다만 오전 9시 박 대통령을 본 뒤 오후가 돼서야 다시 대면했다며, 오전 중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 시간 구조 지휘 대신 '홀로 머리가 헝클어질' 모종의 행동을 했다면 국회가 탄핵사유로 주장하는 '대통령의 성실 수행 의무 위반'의 논거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 갈래는 '윤 행정관의 위증'이다. 박 대통령을 오전에 대면했을 당시 외출 가능한 상태의 머리·화장이 아니었음에도 박 대통령 방어를 위해 거짓 진술을 했을 수 있다. 또 관저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알 거나 들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을 가능성도 있다.
윤 행정관은 탄핵심판 증인 신문 내내 '상식적으로 모를 수 없는 부분'까지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하는 등 증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참사 당일 오전 의료용 가글을 자신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발언, 고영태를 보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는 언급 등은 이미 위증이란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또 전반적으로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만 '선택적으로'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행정관은 그러나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정상적인 업무를 하셨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박 대통령의 행적에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서는 제가 근무 범위 안에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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