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평양, 평소처럼 차분한 하루"…北달력에 표시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홍국기 기자 =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인 8일, 이와 관련한 보도를 올해도 내놓지 않았다.
기념행사가 있었다는 소식은 물론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 사실도 전해지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관영 매체는 이날 김정은 생일과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앞서 중앙통신은 "1월 김정은 각하의 탄생일을 성대히 경축할 것"이라고 지난해 10월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올해부터 김정은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입수한 올해 북한 달력에는 김정은의 생일에 별다른 표시가 없는 등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로,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을 '광명성절'로 부르며 이들 김 씨 부자가 생존해 있을 때부터 명절로 기념해왔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정은의 생일은 북한 매체가 2014년 1월 8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발언을 소개하는 형식을 통해 처음 알려졌을 뿐이다. 당시 로드먼은 김정은의 앞에서 생일 축하곡을 불렀다.
이를 제외하면 북한은 김정은이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되고 2012년 최고권력을 공식적으로 승계한 이후에도 그의 생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평양 주재 AP통신 기자는 이날이 김정은의 생일이라는 사실은 북한 전역에 잘 알려졌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하루였다고 전했다.
거의 매년 김정은의 생일이 차분히 넘어가는 이유는 그가 '백두혈통'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는 북한에서 출신 성분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재일동포 출신이다.
또 김정은의 출생연도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북한은 아직 김정은의 출생연도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김정은의 생일은 공개적으로 (경축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김정은의 출생연도를 밝히지 않는 데 대해 "자기보다 30~40살 많은 간부를 끌고 나가야 하는데 지도자의 나이가 나가면 '이거 나보다 동생이네'라고 (간부들이) 생각하지 않겠냐"라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은 지난달 17일 김정일 사망 5주기 이후 김정은을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로 호칭하는 등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지난해의 경우 김정은의 생일 이틀 전인 1월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했으나, 올해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관망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현재까지 알려진 무력도발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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