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학회 연례회의서 펠프스·마이어슨·디턴 등 진단
펠프스 교수 "트럼프의 민간기업 때리기, 파시스트 정부 이후 없었던 정책"
(서울·뉴욕=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박성제 특파원 =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운을 뗀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주저했다. 미국 경제를 깊은 침체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신화,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전날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계획에 대해 "공공부채가 폭발할 경우 심각한 신용 부족과 깊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약 1조 달러(약 1천205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함께,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로, 법인세는 35%에서 15%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펠프스 교수는 또 트럼프의 특정 기업 '때리기'에 대해 "혁신의 과정에 못을 박으려고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태를 시장에 대한 간섭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은 정부가 민간분야를 더 많이 통제하려고 하면서 1960년대 이후 기업의 혁신이 시들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가 정체되는 것은 (트럼프 팀이 말하는) 불공정한 무역 협상 때문이 아니라 혁신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을 회복하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이 돼야 하는데도 트럼프 당선인의 초기 정책들은 반대로 가고 있으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민간기업 때리기에 대해 "1930년대 이탈리아와 독일의 파시스트정부 이후에는 볼 수 없었던 협동조합주의(corporatist) 경제정책의 확산"이라면서 "히틀러가 경제를 통제하면서 1930년대 후반부에 생산성 증가를 정체시켰다"고도 덧붙였다.
펠프스 교수는 "역사에 비춰보면 보호주의와 정부간섭을 확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혁신을 일으키기보다는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특정 기업을 비난하는 행태로 유망한 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혁신을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배려하지 않는다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정부 납품가가 너무 비싸다며 보잉, 록히드마틴 등의 경영전략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수정을 압박한 바 있다.
시카고대 로저 마이어슨 교수도 '미국 우선주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마이어슨 교수는 전임 대통령들은 과거 대규모 재정적자를 외국의 미국 국채 매입으로 지탱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의 미 국채 매입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은 미국과 중국의 날로 악화하는 관계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중국이 어려운 경제여건을 맞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대선 승리 전보다도 더욱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패널 토론에서 유일하게 트럼프를 비판하지 않은 학자였다.
그는 "나는 태생적인 낙관주의자로, 얼마나 상황이 나빠질지에 대해 추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패널 토론을 종합하며 "트럼프가 제시한 정책들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상호관계는 신뢰와 믿음에 기초해야 한다"면서 신뢰가 약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정책과 재정확대 기조 덕분에 연준이 한동안 홀로 짊어지다시피 한 경제정책 부담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금융 콘퍼런스에서 "더 기업 친화적인 규제와 재정지출 확대로 우리가 더욱 균형 잡힌 정책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파월이 트럼프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미국 차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2007∼2009년 경기침체 기간에 미 의회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경제를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이후 최근 몇 년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노력한 기관으로는 연준이 첫 손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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