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외로운 늑대' 지구촌 대테러 새 난제로 부상

입력 2017-01-08 16:32  

'정신질환 외로운 늑대' 지구촌 대테러 새 난제로 부상

美공항 참사로 재확인…연계성 거의 없지만 IS 거명

분노 표출 명분으로 IS 빙자…실제 외로운 늑대 34% 정신병력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주 국제공항 총기 난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공격이 주를 이루는 최근 세계 테러 추세를 반영한다.

지난해 발생한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 독일 도끼 난동 등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외톨이 청년의 광기가 일반 시민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극단적인 폭력으로 치달은 사건이었다.

AP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로더데일 국제공항에서 총기를 난사한 에스테반 산티아고(26)는 최근 수년간 정신불안 증세를 보였다.

미국 뉴저지 주에서 태어난 산티아고는 2세 때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했으며, 육군 주 방위군으로 근무하다가 성과 부진으로 강등된 뒤 작년에 제대했다.




그는 2010년 이라크에 파병돼 1년을 복무했는데, 조용하고 차분한 청년이었던 산티아고가 이라크에서 돌아온 후 돌변해 "정신이 나갔다"고 가족은 증언한다.

삼촌 허넌 리베라는 NYT 인터뷰에서 "조카는 독서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는데 이라크에서 돌아온 후 다른 사람이 됐다"며 "원래 말을 많이 했지만 남과 어울리지 않고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주 방위군 대변인인 캔디스 옴스테드 중령은 산티아고가 이라크에서 복무하는 동안 그의 동료 2명이 숨졌다고 NYT에 밝혔다.

산티아고가 이라크 복무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미군 5명 중 1명이 PTSD에 시달린다고 AP는 설명했다.

그의 형 브라이언 산티아고는 "에스테반이 이라크 복무 후 분노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는 자신이 온라인 비밀 메시지를 통해 중앙정보국(CIA)의 통제를 받고 추적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AP에 전했다.


실제로 산티아고는 작년 11월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의 연방수사국(FBI) 사무실을 찾아와 "정부가 내 정신을 조종해 IS(이슬람국가) 동영상을 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FBI는 4일간 산티아고를 조사했으나 극단주의자라고 볼만한 정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FBI는 지역 경찰에 연락해 산티아고를 병원으로 데려가 정신 감정을 받도록 요청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산티아고는 작년 1월 앵커리지의 여자친구 집에서 화장실로 돌진하다가 문을 부숴 가정 폭력 혐의로 기소된 전력도 있다.

미 사법당국은 아직 산티아고의 범행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으며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초동 수사에서 산티아고는 혼자 범행을 저질렀으며, 테러 조직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산티아고 같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상당수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최근 이들이 저지른 테러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직접 연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뚜렷한 정치·종교적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인명 살상을 자행하는 전통적인 테러에서 정신이 불안한 '외로운 늑대'의 단독 범행으로 테러 추세가 옮겨가고 있다.

유럽연합(EU)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5년 테러 공격을 저지른 '외로운 늑대' 중 35%가량은 정신 질환을 앓았다.

유로폴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과 IS 간 연계성이 약하다면서, '외로운 늑대'들의 범행 동기가 정신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많은 '외로운 늑대'가 그들의 행각을 종교나 이념에 갖다 붙이지만, 정신건강 문제의 잠재적인 역할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들이 이념적으로 열성적인 테러범이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화를 표출하고 욕구 불만을 해소하는 데 테러 공격을 수단으로 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S가 배후를 자처한 테러도 IS가 기획하고 지령을 내린 것이 아니라 각지의 '외로운 늑대'들이 IS 사상에 도취해 자의적으로 저지른 테러가 대부분이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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