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 울렸다" 주자들 출전 준비…親文 '문자폭탄' 놓고 신경전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동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8일 명실상부한 조기대선 체제로 전환됐다. 추미애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룰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특히 예비후보 등록을 설 연휴 전에 마치기로 하는 등 시간표를 제시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들 역시 캠프 구성 준비에 돌입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여기에 '게임의 법칙'인 룰 결정 과정에서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어, 잠룡들끼리의 신경전도 점점 거칠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상 우위를 앞세워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반전을 연출하며 이탈자 없이 흥행에 성공할지가 관건이다.
당 안팎에서는 추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조기대선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정권을 잡고자 대통령을 탄핵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선에 대한 언급을 삼갔지만, 헌재에서 탄핵결정이 인용되면 2달 안에 대선이 치러져야 하는 만큼 이제는 더 논의를 연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예정된 만큼 그 전에 대선체제 돌입을 선언해 지지층을 결집해야 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주자들은 "드디어 시합 개시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면서 신발끈을 동여매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통화에서 "경선 룰에 대해서는 당에 일임하겠다는 것이 문 전 대표의 생각"이라며 "다른 주자들과 협의해서 결정된다면 어떤 룰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대변인을 맡은 제윤경 의원은 "지도부가 정하는 경선룰에 잘 따라가겠다. 과도한 정쟁은 하지 않겠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수권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 박홍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의 대개혁을 원하는 민심이 광장의 촛불을 통해 확인됐다"며 "이런 열망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경선룰 마련에 지도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변인격인 박수현 전 의원은 입장문에서 "예비후보를 빠르게 등록해 달라는 요구했는데 수용해줘 감사드린다. 후보 검증을 위한 다양한 토론회도 수시로 개최해주길 요청한다"며 "추 대표가 대선 주자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하셨으니 조속한 시일 내에 모임이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부겸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경선에서 대권 주자들이 선수라면 당 지도부는 심판"이라며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는 룰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 당 지지율을 높이면서 감동이 있는 경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가운데서도 주자들은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점을 의식한 듯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 시장은 이날 전북 전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친문(친문재인) 인사를 줄 세우며 분당이라는 폐해를 낳았다"며 "당의 분열을 불러온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청산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맹공을 폈다.
안 지사는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호남에 갇히지 않고 친노에 갇히지도 않을 것이다"라며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비문(비문재인)진영 인사들을 향해 후원금으로 욕설의 의미가 담긴 ཎ원'을 송금하거나, 비방글이 담긴 '문자폭탄'을 보내는 것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시장은 성남시청에서 열린 신입당원 교육 행사에 참석해 "한팀이 돼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지만 객관적 팩트에 근거해 비판해야지 할퀴고 꼬집고 침 뱉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안 지사 측 박수현 전 의원도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의 만남에서 문자 폭탄 등의 문제에 대한 논의도 허심탄회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략기획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8원 후원금은 극단적인 의사표시로, 모두가 자제했으면 좋겠다"라며 "우리끼리 극단적인 방법으로 싸우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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