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삼성꿈장학재단·서민금융진흥원 사실조회 요청
"예전 정부 때도 기업 돈으로 재단 설립"…정당화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노무현·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들의 모금으로 만든 공익재단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이전 정부가 설립한 두 재단을 거론하며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등과 같은 재단에 대한 기업의 기금 모금은 이전 정권에서도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기 위한 '물타기 작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헌재에 따르면 이중환 변호사가 이끄는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6일 삼성꿈장학재단과 서민금융진흥원을 상대로 한 사실조회를 헌재에 요청했다.
2006년 설립한 삼성꿈장학재단은 각종 장학사업과 교육지원사업을 하는 공익재단이다.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출연한 약 8천억원을 기반으로 노무현 정부가 설립했다. 본래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었다가 2010년부터 현재 명칭을 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7년 3월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소액서민금융재단'의 후신(後身)이다. 당시 금융회사들로부터 출연받은 휴면 예금과 보험금 약 3천억원이 재단의 기초자산이 됐다. 2009년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가, 지난해 9월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에 병합됐다.
박 대통령 측이 노무현·이명박 정권 시절에 설립한 두 재단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것은 역대 정권에서도 기업의 기금을 모아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들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기금 모금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앞서 두 재단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출연금을 토대로 설립된 것처럼 미르·K스포츠재단도 재단의 공익적 목적에 공감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금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국회 소추위원단의 한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도 기업의 출연을 받아 재단을 설립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사실조회 요청으로 파악된다"며 "삼성꿈장학재단 기금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반성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고 서민금융진흥원 기금은 금융회사들의 부당이득인 휴면예금을 내놓은 것이었기 때문에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 측은 지난달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탄핵사유인 '대통령의 인사전횡'과 '측근 특혜 제공' 등과 관련해 노무현·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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