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지위 유지에 관심없다"며 '하드 브렉시트' 예고
잔류파 "공공에 큰 타격"…스코틀랜드 "독립투표 허풍 아니다"
(런던·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김보경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단일시장을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시사했다.
메이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떠나는지를 묻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에 "EU 회원국 지위 일부 유지"를 시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단일시장보다 이민 통제를 우선으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EU를 떠나고 있으며 더는 EU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U를 떠나면서 EU 회원국 지위의 일부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종종 말하곤 하는데 우리는 더는 EU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EU 밖에서 EU와 양호한 관계를 이어가겠다며 EU와의 국경을 통제하고 유럽사법재판소(ECJ)로부터 독립된 법률도 운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려고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희생하는 '하드 브렉시트' 방침을 못박은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EU는 전체 회원국에서 재화, 용역, 자본,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5억명 규모의 단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민과 국경에 대한 주권을 되찾겠다는 메이 총리의 지론은 EU가 헌법적 권리처럼 여기는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단일시장 이탈을 각오한 방침이다.
EU 주요국들은 영국이 이민자 통제를 위해 탈퇴한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그간 누누이 강조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좋은 것만 골라 취하는) '체리 피킹'은 없다"며 "회원국 의무를 다하지 않는 한 단일시장에 접근할 권한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측근들도 이민통제, 사법권 독립 때문에 EU가 영국의 단일시장 잔류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메이 총리는 "영국 기업의 EU와 교역, EU내 활동, EU 기업들의 영국과 교역, 영국 내 활동에 최선의 결과를 원한다"며 기존 견해는 다시 되풀이했다.
애초 EU 잔류를 지지했던 진영은 하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방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는 "EU 단일시장을 떠나려는 무모한 계획은 고용이나 투자, 공공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지금도 과부하가 걸린 영국국민건강서비스(NHS)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재원이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EU 잔류를 원했던 스코틀랜드의 니콜라 스터전 수반도 만약 영국이 단일시장을 떠나게 된다면 스코틀랜드의 영국연방 독립 여부를 묻는 제2의 주민투표가 단순히 엄포만을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터전 수반은 이날 BBC '앤드루 마' 쇼에 출연해 "내가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는 리스본조약 50조를 오는 3월 말까지 발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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