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이 한창인 미얀마에서 극우 성향의 불교도들이 무슬림의 종교행사를 방해하면서 불교도와 이슬람교도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최대 도시 양곤에서 승복 차림의 승려 등 수십명의 불교도들이 거리행진을 하며,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생일을 앞두고 열린 기도행사 중단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들은 이들 불교도가 행사장에 들어와 진행을 방해했다고 전했다. 주최측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경찰관들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슬람 율법학자 기구의 초 니옌 사무국장은 "승려들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은 채 행사를 중단시키려 했다. 당국은 왜 이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가"라며 "이 행사를 평생 치러왔는데, 이번 사건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사 주최측의 틴 마웅 윈은 "민족주의 성향의 불교도들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를 겨냥해 정치적인 분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며 "이들은 군부측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를 지지하며 NLD 정부가 무슬림을 너무 부드럽게 대한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극우 민족주의 세력의 '이슬람 혐오'는 그 뿌리가 아주 깊다.
지난 2012년 무슬림과 불교도 간의 유혈 충돌로 100명 이상이 죽은 뒤로는 두 종교집단간 갈등이 더욱 심해졌고, 소수인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박해는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에는 일부 불교도들이 이슬람 사원을 습격해 불태우는 사건도 잇따랐으며, 지난해 10월 로힝야족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초소 습격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는 미얀마군이 무장세력 토벌을 빌미로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에 나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미얀마군의 토벌작전으로 86명이 목숨을 잃었고 5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그러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포함한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학살과 탄압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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