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학보 "김정일, 김정은과 전방 사단장 모임 마련"
김정일, 2009년 7월 "김정은은 문무겸비하고 있다" 교시 내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8년 말 김정은 현 노동당 위원장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군(軍) 내부에 추대 모임을 조직한 사실이 북한 학술지를 통해 확인됐다.
김정일은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교시를 당에 공식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이전부터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물밑 정지작업'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가 9일 입수한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6년 4호(역사·법률 분야, 지난달 10일 발행)에는 '혁명위업 계승 문제 해결의 세계적 모범을 창조한 조선노동당'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3대(代) 세습 과정을 기술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는 김정은의 권력승계와 관련,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2008년 12월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께서 전연(전방)사단장들을 만나 주시도록 뜻깊은 좌석을 마련해 주시었다"는 언급이 들어 있다.
이날 전방 사단장들을 비롯한 인민군 지휘성원들은 "원수님(김정은)을 받들어 백두에서 총대로 개척된 주체의 혁명 위업을 기어이 총대로 완성해 나갈 불타는 맹세를 다지고 또 다졌다"고 논문은 기술했다.
김정일은 김정은의 생일인 2009년 1월 8일 그를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이 이 교시를 내리기 전부터 전방 사단장들과 김정은을 만나게 하는 등 군 내부의 김정은 추대 움직임을 적극 조직했음을 논문은 시사한다.
북한 군부 내에서 2008년 12월께부터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지하는 궐기 모임이 열렸다는 주장은 전문가 등 일각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관련 사실이 북한 자료를 통해 직접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사단장들을 만나도록 한 것은 군부 아래에서부터 충성 모임을 유도하기 위해서로 보인다"며 "군 간부들이 김정은을 만나봐야 부대에서 궐기 모임을 조직할 때 병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2009년에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확립하기 위해 벌였던 일부 활동들도 구체적인 시점과 함께 언급하고 있다.
김정일은 2009년 6월을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김정은의 영도 체계를 세우기 위한 교시를 내렸으며, 같은 해 7월 말에는 인민군 지휘성원들에 "(김정은은) 혁명과 건설의 모든 분야에 완전히 정통하고 있다, 한 마디로 문무를 겸비하고 있다"고 교시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논문은 노동당이 "당과 국가, 군대의 간부 대열을 원수님(김정은)과 혁명을 끝까지 함께 할 실력가, 실천가 형의 젊은 일꾼들로 꾸렸다"고도 밝혀 북한 권력기관 내에서 김정은 체제 구축을 위한 인적 정비 작업이 진행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2010년 9월 27일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하면서 그의 후계자 지위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했다.
김정일과 김정은이 각각 선대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과정을 동일 선상에 놓고, 북한이 '혁명위업 계승의 세계적 모범'을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 글의 골자다.
정성장 실장은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고자 벌였던 다양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김정일의 뜻을 받아 후계자가 되었음을 선전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의 일반 학생도 보는 김일성대 학보를 통해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을 대중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김정일 사망 5주기 이후 김정은을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로 호칭하는 등 최근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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