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서아프리카 가나의 새 대통령 취임식 연설이 미국 전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나 아쿠포 아도 가나 신임 대통령은 지난 7일 수도 아크라 독립광장에서 아프리카 각국 외교 사절단과 국민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30분가량 취임식 연설을 했다.
하지만 이 연설이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표절한 것이 드러나면서 가나의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선포하는 영광스러운 순간에 먹칠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먼저 아도 대통령의 취임사는 첫 문장부터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2001년 취임식 연설문을 그대로 베꼈다.
"여러분에게 방관자나 피지배자가 아닌 시민(citizens)이 되길 요청한다. 당신의 지역사회와 우리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시민이 되길 바란다"라는 단락은 아도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또 1993년 빌 클린턴이 제42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한 연설도 미국인이라는 부분이 가나인으로부터 바뀐 채 그대로 차용됐다.
변화를 주제로 했던 당시 클린턴의 취임사는 "우리 앞에 놓인 도전들이 무시무시하지만, 우리의 힘도 그러하다"며 "미국인들은 늘 탐색하고. 희망적인 사람들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언론인들을 포함한 누리꾼들은 트위터에 표절한 부분을 비교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유진 아힌 가나 대통령 공보담당관은 페이스북에 표절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원본을 인용한 것을 알지 못한 데에 대해 전적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는 완전한 실수다.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우간다 누리꾼은 "우간다인인 나는 한 번도 대통령 취임식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식 연설의 표절에 관해 언급할 수 없다"라는 아프리카 현 정치상황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지난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야권 후보였던 아도가 존 드라마니 마하마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가나는 아프리카에서 이례적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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