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타이베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류정엽 통신원 = 중남미 순방길에 나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측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대만 언론이 9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이 항공모함 전단을 앞세운 중국의 잇단 위협과 양안 관계의 급속 냉각 등을 고려해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중앙통신사와 연합보 등은 차이 총통이 지난 7일(현지시간) 경유지인 휴스턴에 도착했으나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과는 만남을 갖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온두라스,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미국 휴스턴을 경유지로 삼았다. 귀국 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할 예정이다.
차이 총통의 이번 방미는 지난달 초 단교 37년 만에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미·대만 정상급 간 전화통화를 한 이후 첫 방문이어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회동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제시카 디토 정권인수위 대변인은 AP통신에 "트럼프 당선인이나 인수위 담당자가 미국에서 차이 총통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차이 총통이 미국 경유 중 트럼프 측과 회동할 경유 중국을 자극, 중국 항모 위협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한 측면으로 분석했다.
실제 차이 총통은 중국을 의식한 탓인지 미국 도착 후 평소와는 달리 정치적 발언이나 인터뷰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차이 총통은 미국 경유 중 여러 정계 인사들을 만나며 숨가뿐 일정을 보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오전 휴스턴 공항에 도착해 제임스 모리아티(James Moriarty) 미국대만협회(AIT) 대표와 블레이크 패런솔드 텍사스주 공화당 연방의원 등의 영접을 받았다.
차이 총통은 암센터, 대만이 빌려준 유물이 전시 중인 휴스턴 미술관 등을 관람했고, 현지 교민들과도 만찬을 했다. 패런솔드 의원은 차이 총통의 모든 일정에 함께 했다.
차이 총통이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 랜들 슈라이버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를 만났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이 지역 출신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회동하며 양국간의 관계 교류 확대 및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크루즈 의원은 "중국 영사관에서 휴스턴 지역 의원들에게 차이 총통을 만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전하면서 "'미국에서는 우리를 찾는 방문객의 만남 여부를 우리가 결정한다'는 것을 중국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회동은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우리가 법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동맹인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면서 "중국이 미국에 누굴 만날지에 관한 거부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차이 총통 순방에 동행한 천밍원(陳明文)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미국 여러 고위 인사와 의원들이 차이 총통에게 전화를 걸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차이 총통이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 일부 언론은 차이 총통이 트럼프 측 핵심 인물과 만났다고 보도했으나 총통부는 9일 오전 이에 대해 "관련 보도는 틀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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