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이어 통영 조선소도 '도시의 흉물' 전락, 크레인 철거 위기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김동민 기자 = 조선강국 대한민국을 상징하던 '골리앗 크레인' 가운데 하나가 결국 주저앉았다.
9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 700t 규모 골리앗 크레인 철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에서 사겠다는 조선소가 없어 해외로 팔린 골리앗 크레인 해체가 해를 넘겨 이번주중 끝난다.
거대한 쇠구조물인 크레인이 워낙 무거워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작한 해체작업은 한 달 넘도록 계속됐다.
이 크레인 높이는 105m, 자체 무게만 3천200t이나 된다.
철거업체는 철거에 앞서 크레인 다리 사이에 몸체를 지탱하는 구조물 2개를 세웠다.
이어 좌우 다리를 조금씩 벌려 가운데 몸체를 하루에 5~10m씩 아래로 내리는 방법으로 해체했다.
자칫 무게중심을 못 맞추면 크레인이 무너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해체가 끝난 크레인은 바지선에 실어 루마니아에 있는 조선소로 보낸다.
골리앗 크레인은 무게가 수백t이 넘는 선박구조물이나 블록을 들어서 옮기는 일을 한다.
웬만큼 덩치가 있는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라면 골리앗 크레인 보유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으로 국내에서는 이만한 대형 설비를 사겠다는 곳이 없어 지난해 11월 헐값에 해외로 팔렸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골리앗 크레인 해체는 조선산업 쇠퇴로 2002년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아 넘긴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연상케 한다.
말뫼는 한때 세계적인 조선소인 코쿰스가 있던 스웨덴 도시다.
2002년 이 크레인을 현대중공업 야드가 있는 울산으로 옮길 때 말뫼 시민 수천명이 부두에서 지켜봤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는 선박 건조나 선체블록을 만드는데 쓰려고 2008년 8월 270억원을 들여 이 크레인을 세웠다.
당시는 조선산업 호황기였다.
그러나 뒤 이어 닥친 조선불황으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전체가 법원경매에 넘어가면서 크레인은 설치한지 10년도 안돼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가 190억원으로 나왔다.
크레인 자체만 190억원이고 해체와 운송, 재설치를 하는데 40억원이 추가로 든다.
그러나 가격을 30억원까지 내렸어도 국내에서는 매입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루마니아 업체가 해체·운송·재설치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형태로 감정가보다 훨씬 싸게 크레인을 매입했다.
크레인 매각과 함께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도 필지분할이 된 후 조각조각 팔려나갔다.
크레인 해체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형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통영시에도 일감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가동을 중단한 조선소 녹슨 크레인들이 덩그러니 솟아 있다.
통영시는 '도시 흉물'이 돼버린 조선소 크레인 해체를 추진한다.
한국 조선업을 상징하던 대형 크레인이 해체되는 아픔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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