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골든글로브 시상식 '트럼프 성토장' 방불

입력 2017-01-09 14:24  

美 골든글로브 시상식 '트럼프 성토장' 방불

수상자 잇단 비판…할리우드의 '트럼프 포비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잇달아 성토했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트럼프 포비아(공포증)'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이자 NBC 인기 토크쇼 '투나잇 쇼' 진행자 지미 펄론이 포문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프롬프터가 고장 나는 바람에 펄론은 "몇몇 수상자들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아 일반투표(Popular Vote)가 진행 중"이라는 애드립(즉흥 발언)을 해 좌중에 웃음을 이끌어냈다.






골든글로브상은 사전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투표로 수상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펄론의 언급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일반투표에 지고 선거인단 투표에 승리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펄론은 또 트럼프 당선인을 HBO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악역 조프리 바라테온에 빗댔다. 조프리 바라테온은 매우 잔인하고 공격적인 성격을 지닌 최고의 악당이다.

펄론이 신랄한 어조로 트럼프를 조롱했다면 평생 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리프는 진중한 어조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스트리프는 수상 소감에서 "지금 이곳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비난받고 있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바로 외국인들과 미디어 종사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할리우드에서 외국인들과 이방인들을 모두 축출한다면 아마도 예술이 아닌 풋볼이나 격투기를 볼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스트리프의 이 같은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반(反) 이민자 정책과 언론 기피·혐오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녀는 이어 "지난해 대선 기간에 트럼프 당선인이 장애를 가진 뉴욕타임스 기자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언론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크리스 파인은 스트리프의 수상 소감을 들은 뒤 "그녀의 연설은 오늘 최고의 메시지였다"고 극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더 나이트 매니저'로 TV 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국 배우 휴 로이는'트럼프 시대'에도 시상식이 생존할 수 있을지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암담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할리우드', '외국인', '미디어·언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다면…"이라며 "어쨌든 사이코패스 억만장자들을 대신해 이 상을 받겠다"고 했다.

앞서 할리우드의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후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공연도 가수와 배우들이 고사하고 나서면서 차질이 예상된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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