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이번 세기 들어 미국 대선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난한 후보는 많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중국을 실제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첫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퇴임하는 미국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장관은 트럼프가 중국에 공언한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보복할 것이라며, 양국 간 파괴적인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A메릴린치는 9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적 발언이 계속되는 것으로 봤을 때 취임 후 중국에 대해 공언해온 환율조작국 지정, 45% 관세 부과 등과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부인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헬렌 차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은 무역상대국은 물론, 미국 자체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1994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기술적인 장애물들이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백악관이 아닌 재무부 담당인 데다 매해 4월과 10월에 내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이뤄지는데,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고 해당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한 한 방향의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 10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조건만 충족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게다가 환율조작국 지정은 중국의 대미수출에 물리적인 징벌은 되지 않는다.
반면에 대통령 권한으로 중국산 대미 수출품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4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무역전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BoA 메릴린치의 지적이다.
중국 당국은 만약 트럼프가 중국산 수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나 미국 기업으로부터 정부조달 중단 등 다양한 보복조처를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차오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조작국 지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트럼프가 재무부 장관에 조건을 재검토하도록 한다든지, 자체적인 정의하에 할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을 미국과 양자협상 테이블에 불러낼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퇴임을 앞둔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회동에서 중국 당국자들이 '우리 수출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 조처를 할 텐데 이는 양국 모두에 안 좋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프리츠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정책과 무역전쟁 사이에서 곡예를 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도둑질한다는 트럼프의 제로섬 적인 시각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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