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일성 평전' 저자 유순호 "김일성 회고록 왜곡 많아"

입력 2017-01-10 06:00  

[단독]'김일성 평전' 저자 유순호 "김일성 회고록 왜곡 많아"

北선전 '북만원정'은 총살위기 처한 김일성이 북만주로 도망친 사건

김일성 한때 일본군 투항 고민…"韓청년, 김일성 정확히 인식하길"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북한에서 주민 사상교양의 교재로 활용하는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왜곡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주장이 담긴 책 '김일성 평전'이 다음달 출간된다.

이 책의 저자인 중국 연변(延邊) 출신 유순호(55) 작가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김일성 회고록을 통해 김일성 항일운동역사의 대단한 업적으로 선전하는 '북만원정'(1934.10-1935.2)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회고록은 북만원정을 일본군의 토벌 위기에 처한 '주보중 부대'를 구원하기 위해 김일성이 벌인 원정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나, 실제는 민생단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총살위기에 처한 김일성이 중국인 빨치산 간부의 도움으로 주보중 부대로 도망친 사건이라고 유 작가는 주장했다.

유 작가는 "김일성이 민생단 사건의 연대 책임을 지고 처형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은 중국의 항일빨치산 관련 자료에서도 정확히 확인됐다"며 "김일성을 위기에서 구원한 사람은 (항일부대) 중국 동만주지구 특위위원이었던 중국인 왕윤성"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왕윤성의 동생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유 작가는 "왕 부장이 죽음을 맞게 된 김일성을 구출해 한응권 중대장에게 피신처인 주보중 부대로 데려가도록 부탁했다"며 "한응권은 김일성의 첫 여자인 한성애(한옥봉)의 오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작가는 "당시 항일빨치산 내부에서 '민생단' 사건의 여파로 조선인들이 간첩으로 잡혀 죽던 시기였고, 김일성도 정치위원 자리에서 이미 직위 해제됐고, 후임으로 남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정치위원으로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민생단 사건은 1930년대 간도 지역에서 수많은 조선인 항일운동가들이 '민생단'과 관련된 일본 첩자라는 혐의를 쓰고 중국공산당에 의해 체포, 살해된 사건이다.




유 작가는 또한 일본군에 투항한 항일 유격대 지휘관인 이종락이 김일성에게 처형됐다는 김일성 회고록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군으로 투항을 권고하는 이종락의 손을 김일성도 (일본군에 투항하기 위해) 잡으려 했지만, 이를 알아차린 항일1로군 총지휘관 양정우에 의해 저지됐고, 송무선 항일1로군 조직과장이 이종락을 처형했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군에 투항하려고 고민하던 김일성을 항일 유격부대 총지휘관이 만류했다는 주장이다.

유 작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김일성 평전을 출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려서부터 숭배해왔던 김일성이 '가짜'라는 일본 경찰 출신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19살 때부터 만주 항일운동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부터 20여 년간 80∼90세의 항일운동 연고자 130여 명을 어렵게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김일성 가짜설'은 사실무근이었으나, 김일성의 항일운동사를 담은 회고록은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있는 일부 한국 청년들은 북한에서 출간한, 날조된 김일성의 회고록에 푹 빠져 있다"며 "김일성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담은 이 책자를 보고 한국 청년들이 북한과 김일성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순호 씨는 동북 항일연군 군장(지휘관) 조상지의 전기 '비운의 장군'(1998년)을 쓴 뒤 중국에서 "사회주의 문화시장을 교란한다"는 죄목으로 활동 금지를 당해 2002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이후 2009년 항일연군 허형식 군장의 전기 '만주 항일 파르티잔'을 출판했다.

이번에 700쪽이 넘는 김일성 평전 상편(1912∼1935년)을 다음 달에 출간할 예정이고, 하편(1936∼1945년)을 집필하고 있다.

nkfutu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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