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현·최강 "선대 언급 줄이고 '김정은식 브랜드' 늘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선대 지도자와 다른 자신만의 표현을 통해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이륙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두현 경기도 외교정책 특별자문관과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은 9일 아산정책연구원을 통해 배포한 '북한 2017년 김정은 육성 신년사 분석'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은 이제 선대의 후광에만 기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언어와 비전을 가지고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선대 지도자의 이름을 '김일성·김정일 동지' 등으로 직접 지칭하는 표현은 2013년 신년사에서는 25회, 2014년에는 11회에 달했지만 2015년 들어서는 사라졌고, 2016∼2017년을 지나면서 선대의 위업 계승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표현도 대폭 줄어든 점을 꼽았다.
이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은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화석화(化石化)되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시대의 키워드인 '선군'(先軍)에 대한 직접적 언급도 김정은 신년사에서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반면 김정일의 국가 비전인 '강성대국·강성국가' 대신 '사회주의강국'이라는 단어가 5회 등장해 '김정은식 브랜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를 보였고, 지난해 처음 등장한 '자강' 개념도 언급 횟수가 5회로 늘었다는 데 이들은 주목했다.
이들은 "이러한 키워드의 변동은 2017년의 북한이 이제는 과거와는 차별화된 '김정은 2기'의 시발점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풀이했다.
한편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마감단계'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시험발사가 임박했다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끌고 핵국가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미북 대화에 관심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또 북한이 핵 개발에 따른 국제 제재와 핵·경제 병진정책 사이의 딜레마를 돌파하고자 올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며 "트럼프 취임 이전에라도 이런 선택은 가능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2∼3월의 한미연합훈련 기간을 겨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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