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4인방 구속영장…"중대범죄"(종합)

입력 2017-01-09 21:20   수정 2017-01-09 21:52

특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4인방 구속영장…"중대범죄"(종합)

김기춘·조윤선 소환조사 '초읽기'…"사상·표현의 자유 심각한 훼손"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지헌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일 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전직 청와대·문체부 핵심 인사 4명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종덕 전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에게는 직권남용 외에 강요 혐의와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김 전 수석과 신 전 비서관에게는 강요 혐의가 추가됐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의자들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될 무렵 문체부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핵심 요직에 있었던 인사들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덕 전 장관은 2014년 8월∼작년 9월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블랙리스트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상률 전 수석은 교육문화수석이던 2014년 12월∼작년 6월 리스트를 소관 부처인 문체부로 전달한 혐의가 있다.

김 전 장관은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위세를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던 차은택씨의 대학원 은사이고 김 전 수석은 차씨의 외삼촌이다.

정관주 전 차관과 신동철 전 비서관은 비슷한 무렵 청와대 정무수석실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 등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관리하며 리스트에 오른 일부 인사들을 실질적으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다음, '윗선'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입장을 지켜온 조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존재를 시인했으나 "나는 그런 문서를 전혀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도 재직 시절 김종덕 전 장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는 "블랙리스트니, 좌파를 어떻게 하라 저는 그런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그에게도 위증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소환과 관련해 "아직 일정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특검팀의 칼끝은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특검보는 5일 "박 대통령이 명단 작성을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의혹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는 대한민국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범죄라는 게 특검팀의 인식이다.

이 특검보는 "고위 공무원들이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해 시행한 경위가 국민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판단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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