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대형 투자은행 1위 선점 전쟁서 반드시 승리할 것"
오는 3월 주총서 11번째 CEO 연임 도전…증권업계 살아있는 전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최고자리를 놓고 벌이는 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해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유상호(57)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는 초대형 IB 업체 간 대전(大戰)이 시작되는 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 사장은 "초대형 IB 경쟁 체제는 여전히 5개 증권사 간 싸움으로 진행되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쟁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상위 5개사와 나머지 회사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변화가 있을 텐데 가장 빨리 우위를 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1월 말 1조7천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덩치를 약 4조200억원으로 늘렸다.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거듭나 어음 발행 업무 등 기업금융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는 IB 산업을 키우려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작년 8월 자기자본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내놨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어음을 발행할 수 있고 기업환전 등 기업을 상대로 한 외국환 업무도 허용된다.
현재 통합 미래에셋대우(6조7천억원)와 NH투자증권(4조5천억원), KB증권(4조1천억원)에 이어 삼성증권도 유상증자를 통해 3월이면 Ɗ조원 클럽'에 합류할 예정이다.
유 사장은 "우리(한국투자증권)가 추구하는 건 정통 IB"라고 강조하면서 "인수와 매각의 회전율을 높이는 양질의 거래를 확대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초대형 IB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3가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바로 '고객 중심·신사업 모델 개발·내부 협업 시너지'였다.
새해를 맞아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이 3가지 키워드였다.
유 사장은 "특히 내부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중요하다"면서 "자본금 1등 회사도 아니고 특별한 조력자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모든 자원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하려면 서로 협업해 각 비즈니스 모델에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11번째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도전한다. 증권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대기록이다.
유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메리츠증권, 동원증권을 거쳐 지난 2007년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올랐다.
그는 CEO 장수 비결을 묻는 말에 "욕심부리고, 원해서 된 건 아니었다.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일해 회사가 많은 성장을 한 결과"라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내 직위에) 언제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즐기면서 다음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그는 미국발 리스크와 호재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유 사장은 "국내 조기 대선이 언급되지만,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 "오히려 트럼프 미국 정부에 의해 세계 경제 질서가 어떻게 바뀌는지,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 등 외생변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올해 경기부양 시도를 많이 할 텐데 마침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어서 국내 증시에 적잖은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가계금융자산과 자본시장을 옭아매는 법적·제도적 제약도 안타까운 국내 자본시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유동성 가계금융자산이 1천조원에서 3천조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이 투자처를 찾아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은행법 개정안이나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등 업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매번 법안 통과가 무산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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