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美정보기관 보고서에 해킹증거 없어…아마추어 수준"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용래 기자 = 러시아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 대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미국 측의 발표는 진저리 나는 '마녀사냥'이라고 크렘린궁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비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이날 미국 정보기관이 최근 공개한 러시아 해킹 관련 보고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페스코프는 기밀 해제된 미국 정보기관들의 보고서는 러시아의 해킹 증거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아마추어 수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우리가 보기에 전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아마추어적이고 감정적인 수준에서 말뿐인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마녀사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최근 사용한 표현이다. 그는 지난 7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사건'에 대해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페스코프 공보비서는 '푸틴 대통령이 보고서를 검토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에게 보고서가 전달되긴 했다. 대통령이 얼마나 자세히 그것을 검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서에 상세히 읽은 만한 내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러 간 고위급 접촉 일정과 관련해선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에나 일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들은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을 겨냥한 작전을 지시했다고 강한 확신을 갖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훼손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헐뜯고, 그녀의 선출 가능성과 잠재적 대통령직을 손상하는 것이었다"면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분명한 선호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보고서에 대해 인터넷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미 정보기관들의 명성에 비춰 수치스럽다(embarrassing)"고 깎아내렸다.
4년 넘게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중인 그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보고서를 "보도자료" 수준이라고 비난하고, 러시아 배후설을 부인해온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 정보기관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보고서는 대부분 주장조차 펼치지 못한 채 어림짐작만 하고 있다. 증거도 제시되지 않은 빵점짜리 보고서"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던 2009∼2013년 사설 서버를 구축해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문건 3만여 건을 확보해 폭로,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