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마약 매매에 연루된 공직자들에게 자진 사퇴와 죽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신규 임명직 공무원들의 취임식에서 연설을 통해 마약 용의자 명단에 오른 지방정부의 시장과 읍장들을 겨냥해 "사퇴하거나 마약 매매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일 것"이라며 "나는 '도살자'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약 2천 명의 시장, 읍장, 주지사, 의원 등이 포함된 마약 용의자 명단을 관련 기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처럼 마약연루 공직자들에게 살해 위협을 하면서도 자신이 마약 용의자에 대한 초법적 처형을 부추긴다는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6천 명 넘는 마약 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사살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관들이 마약 단속 과정에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마약 용의자를 사살하라고 또다시 주문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올해 안에 필리핀을 마약 없는 나라로 만들기를 바란다며 마약 소탕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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