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위험방지계획 한차례 부적격…사고 당시엔 조건부 적격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붕괴사고로 노동자 2명이 숨진 종로구 낙원동 숙박업소 철거공사 현장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사는 한 차례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사고 당시에도 '조건부 적격'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철거공사 준비 과정에서 안전 대비를 소홀히 한 정황에 수사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10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공사 시공업체인 '신성탑건설'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가 공사에 앞서 한 차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를 계획하는 시공업체는 안전보건공단에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이 작년 10월13일 종로구청과 신성탑건설에 통보한 부적격 사유는 '붕괴 위험성에 대한 안전성 검토 미실시' 및 '비산 방지 조치 미흡' 등이었다.
이후 공단은 4일 후인 17일 '조건부 적격' 승인을 내렸다. 이때 붙은 조건은 '공사할 때 지지대를 똑바로 세우라'는 원론적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탑건설은 한 달여 후인 11월21일 공사를 시작했다.
철거공사는 건축법상 구청에 신고만 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경찰은 "안전보건공단의 위험방지계획 부적격 판정은 구청이 수리한 신고와 법적으로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를 조만간 불러 승인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20여t 무게 포크레인이 올라가 작업을 하고 있던 1층을 아래에서 잘 지지했어야 할 '잭서포트'가 무너졌다는 생존자의 진술에 초점을 맞춰 사고 경위를 살피고 있다.
잭서포트란, 예를 들어 10층을 공사할 때 10층 바닥이 무너지지 않도록 한 층을 건너뛰고 8층과 7층에 설치해 하중을 받치는 지지대다.
경찰은 잭서포트가 헐겁거나 부족하진 않았는지, 유해위험방지계획과 실제 현장의 차이는 없었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에 관해 경찰은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 현장감식을 했다. 국과수는 스캔 장비를 활용해 슬라브 두께와 지지대 설치 등을 확인, 사고 당시 1층에 하중이 얼마나 가해졌길래 무너졌는지 시뮬레이션을 할 계획이다.
참고인 조사도 계속됐다. 오전에는 신성탑건설로부터 철거하청을 받은 업체 '다윤C&C' 철거소장 나모(51)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오후에는 다윤C&C 대표가 조사를 받고 있다.
철거현장 붕괴로 사망한 노동자 2명은 모두 발견될 당시 안전모 등 안전장구는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두 사람 모두 포크레인과 함께 1층에서 추락했다"면서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해 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기초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진술이 있었고,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받기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경찰은 건축물 옆쪽을 보강하는 '흙막이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와 그 점이 붕괴 자체와 유관한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방당국이 '흙막이 공사가 부실한 탓에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만큼 흙막이 공사의 부실이 근로자 사망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낙원동 철거현장 붕괴사고는 7일 오전 11시30분께 일어났다. 이 사고로 김모(61)씨와 조모(49)씨 등 근로자 2명이 매몰돼 사고가 발생한 지 각각 19시간과 39시간 만에 시신이 수습됐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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