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행 은폐 알고도 풀어줘 '제 식구 감싸기' 비난
(인천·김포=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음주 운전 후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량 3대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체포된 현직 경찰서 간부가 범행 직후 딸을 내세워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긴급체포된 해당 간부가 범행을 은폐하려 한 사실을 알고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풀어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경기 김포경찰서는 최근 음주 운전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로 인천 서부경찰서 소속 A(56) 경위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8일 오전 0시 37분께 자신이 사는 김포시 사우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술에 취해 SUV 차량을 몰다가 주차된 1t 트럭과 승용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경위가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추돌 사고를 내는 장면을 주민 2명이 목격했다. 이들과 눈이 마주친 A 경위는 놀라 차량을 몰고 도주하기 시작했고 주민들도 차량을 뒤쫓았다.
그러나 단지를 한 바퀴 돈 그는 다른 출구를 이용해 아파트 밖으로 차량을 몰고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이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사이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주차장에 나타나 사고 차량을 자신이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여성의 어머니는 울며 경찰관에게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20대 중반 여성은 수면 바지를 입은 채 막 잠에서 깬 모습이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이 "위증을 하면 함께 처벌받는다"는 경고를 했지만, 이 여성은 '중년 남성이 운전했다'는 목격자들의 주장에도 끝까지 자신이 운전했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들과 함께 집에 가 확인한 결과 A 경위의 아내와 딸 B(26) 씨로 드러났다. A 경위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다가 자택에서 긴급체포됐다. 체포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77%였다.
A 경위의 딸은 경찰 조사에서 "집에 들어온 아버지가 시켜서 주차장에 내려가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A 경위가 범행을 은폐하려고 딸을 내세워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사실을 알고도 구속 수사하지 않고 조사 후 석방했다. 보통 구속영장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을 때 신청한다.
김포서 관계자는 "A 경위가 경찰관 신분으로 범행을 저질러 도덕적으로 일반인보다 더 비난받아야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체포된 이후 범행을 시인했고 주거도 확실해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친족 간에는 범인은닉죄로 처벌할 수 없어 딸도 진술서만 받고 귀가 조처했다"고 했다.
인천 서부서는 A 경위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관련 조사가 끝나면 감찰 조사 후 징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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