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괴한 흉기 휘둘러 5명 사망…미얀마 정부, 안전유의 안내문 발송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 논란 속에 말레이시아에 취업한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괴한의 습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미얀마 당국은 자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말레이시아 당국과 함께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10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세르당 지구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이 공장 야근후 퇴근하던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5명의 미얀마 국적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2명이 부상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7명의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의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비롯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당국은 9일 말레이시아 내 자국 출신 노동자들에게 신변 안전 유의 공문을 발송했다. 또 당국은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력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얀마 대통령실 대변인인 저 타이는 "말레이시아 내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신변안전 유의 공문을 발송했으며, 불법 이주노동자에게는 대사관에 연락하도록 했다"며 "말레이시아 당국과 함께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 청소' 논란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0월 괴한의 경찰초소 습격으로 9명의 경찰관이 숨지자, 서부 라카인주의 로힝야족 거주지역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무장세력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군인들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방화, 성폭행 주장이 잇따랐다.
이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인근 무슬림 국가에서 학살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나집 라작 총리와 아흐마드 자히드 부총리 등 주요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 반대 집회를 열었다.
당시 나집 총리는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자문역을 겨냥해 "그가 정말로 노벨평화상을 탄 것이 맞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후 미얀마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근로자 송출을 중단하고, 자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비정부기구 연합체가 2천t 규모의 원조 물품을 로힝야족 난민에게 보내겠다면서 선박 입항을 요청했지만, 미얀마 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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