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앞에서 벗는 문화' 어색했지만, 가족동반 가능·음식 등 일본문화 체험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에서 일본식 목욕탕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중국인의 일본여행붐도 일본식 목욕시설의 인기를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0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본식 목욕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상하이(上海)에는 도쿄의 유명 목욕시설인 '오에토온센모노가타리(大江戶溫泉物語)'의 외관과 이름을 똑같이 모방한 목욕탕까지 등장, 상표권 등과 관련한 마찰까지 빚어질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유명 목욕업체인 '고쿠라쿠유(極樂湯)'가 작년 11월 내륙인 후베이(湖北) 성 동부 우한(武漢)시에 문을 연 목욕탕에서는 종업원들이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라는 일본어 인사말로 손님을 맞는다. 다다미가 깔린 휴게실에는 탕에서 나온 손님들이 누워 휴식을 취한다.
고쿠라쿠유는 2013년 일찌감치 상하이에 진출해 중국내에 일본식 목욕시설 붐을 일으키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우한에 오픈한 목욕탕은 이 회사의 3번째 직영점으로 올해는 중국기업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2개 점포를 더 열 예정이다.
중국에도 물론 온천과 사우나 등 목욕시설은 있다. 그렇지만 이용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이나 가족을 동반하고 즐길 수 있는 목욕시설은 아주 적다. 고쿠라쿠유는 탕내에 '키즈 코너'를 설치하는 등 일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용 기계를 이용해 일본 목욕탕과 같은 수준을 재현한 탕과 일본 요리를 중심으로 한 음식매장, 목욕탕 건물 내에 만화코너도 설치해 놓고 있다. 여유 있게 일본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주말 입장료는 128위안(약 2만2천 원)으로 일본의 배 이상으로 비싸지만 입장객 수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한에 주재하는 고쿠라쿠유의 후쿠다 다쓰야(28)는 "중국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나체로 몸을 드러내는 문화가 없어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종업원이 친절하게 설명하면 곧 이해한다"고 전했다. 일본여행에서 온천의 매력을 알게 된 사람들이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중국 자본까지 일본식 목욕시설에 뛰어들다 보니 말썽도 생기고 있다. 상하이에는 작년 12월 '오에토온센모노가타리'라는 상호를 단 목욕시설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물론 시설의 외관도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진짜 오에토온센모노가타리와 똑같이 해 놓았다. 이 목욕탕이 개업하자 인터넷에는 "목욕탕 건물에서 입는 욕의와 시설도 일본풍으로 매우 쾌적"하다며 "일본식"을 환영하는 글이 넘쳐났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중국 회사 측은 "일본 오에토온센모노가타리와 업무제휴해 브랜드와 상표의 중국내 사용권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 오에토온센모노가타리 사장 이름이 들어간 증명서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오에토온센모노가타리 관계자는 "해외의 어떤 기업이나 단체와도 자본 또는 업무제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중국 당국이 작년 말 중국 측 운영회사에 관계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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