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토화 시킨 AI 청정 제주마저?…농가 긴장(종합)

입력 2017-01-10 17:52   수정 2017-01-10 17:54

전국 초토화 시킨 AI 청정 제주마저?…농가 긴장(종합)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 제발 아무런 탈이 없기를"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변지철 기자 = "해마다 오는 철새지만 반갑지가 않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인 제주마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가금류 사육농가들이 촉각을 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5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을 정밀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10일 오후 제주도에 통보한 것이다.

제주도 동쪽 끝 지점의 하도리 철새도래지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독특한 환경으로, 먹이가 풍부해 철새들이 월동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 종인 저어새와 환경부 보호종인 물수리, 황조롱이 등 28종 3천여 마리의 철새가 해마다 겨울을 난다.

이날 인근 마을 곳곳에 설치된 방역 초소에는 전신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며 빠짐없이 소독했고, 방역 차량이 아침부터 쉴 틈 없이 내달렸다.

차분함 속에서도 긴박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묻어나오고 있었다.

철새들은 하도리 도래지에서 수십 마리씩 무리 지어 목을 축이고는 속절없이 어딘가로 날아갔다.

제주도는 시료 채취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를 야생조수 예찰 지역으로 설정하고, 방역대 내 농가에서 사육하는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했다.

철새도래지를 들른 차량과 사람은 농장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았다.







방역대 내에서 닭과 오리를 키우는 농가는 20여 농가.

농가들은 자식처럼 키우던 닭과 오리 57만여 마리를 산 채로 땅에 묻는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다.

인근에서 22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는 제주양계영농조합 대표 오모씨는 "어젯밤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하도리인 경우 철새가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해마다 분변에서 AI가 검출된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지역에서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조차 하지 않고 농장에 머물며 하루에도 서너 번씩 소독하고 있다"며 아무 탈이 없기를 바랐다.

제주시 김병수 축산과장은 "철새도래지 야생조류 분변에서만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상태이므로 농가들이 방역을 철저히 하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며 농가마다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고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주의시키고 있고, 도민들도 철새도래지는 물론 인근 농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는 하도리 철새도래지 외에 도내 다른 3곳의 철새도래지에도 출입 통제와 주변 도로 소독을 강화했다. 모든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해서는 임상 예찰과 방역지도를 강화했다.

시는 시료 채취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3㎞ 이내에서 사육 중인 토종닭(1농가) 12마리와 오리 15마리(1농가)는 예방적 차원에서 수매해 11일 새벽 도태 처리키로 했다.

제주에서는 2014년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1건이 검출됐고, 이듬해 하도리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철새도래지에서 4건이 검출됐다. 당시 강력한 차단방역으로 가금류 사육농가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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