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타운홀 미팅 출연…"통상정책에선 협력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동료 민주당 의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을 조언했다.
트럼프 측과 분명히 선을 긋되, 공화당이 오바마 정부에 그랬던 것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말라고 충고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CNN이 주관한 타운홀 미팅에 나와 "진보진영이 얼마나 어렵게 결정을 내리는지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원 민주당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법관 지명에 단호하게 반대할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메릭 갈랜드 대법관에 대해 공화당이 인준을 거부한 것을 두고는 "추잡하고 난폭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케어'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진영과는 뚜렷한 선을 그었다.
샌더스 의원은 "이걸 말해주고 싶다. 그(트럼프)는 매우 편견이 심한 캠페인을 했다. 성차별,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같은 것이다. 나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구상 가운데 상식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와 협력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샌더스 의원은 강조했다.
트럼프와 협업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는 '통상'을 꼽았다.
샌더스 의원은 "우리는 새로운 통상정책을 필요로 한다. 기업의 탐욕이 아니라 공평함에 기반을 둔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샌더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견해를 같이한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이 근로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근로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어젠다를 내놓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내각 인선과 관련해서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 내정자 등 2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미팅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중소기업 대표와 날 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사업가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오바마 정부의 규제를 조목조목 지적하자 샌더스 의원은 "모든 것을 오바마 탓으로 돌려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나는 공기와 물을 오염시킬 자유까지 원하는 류의 규제철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샌더스 의원은 오는 2020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앞서 샌더스 의원은 CNN 기고문에서 "언론이 정치를 야구경기나 드라마처럼 다루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나 말실수가 아니라 심각한 이슈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 줌도 안 되는 억만장자들에 의해 미국의 정치·경제가 휘둘리는 상황을 멈추게 해야 한다"면서 "부자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 반면 근로자는 과연 최저 시급 7.25달러(8천720원)로 생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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