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챔벌레인 72세 사망…영화 '어둠 속의 외침' 소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1980년 호주 중부 오지이자 원주민 성지였던 울룰루 야영지 텐트 속에서 생후 9주의 여자 아기가 홀연히 사라졌다.
이어 전개된 사건은 호주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진실을 외면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의 위험을 일깨우는 사례로 남겨졌다.
또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어 TV 드라마, 오페라, 책 등으로 다뤄졌으며 1988년 메릴 스트리프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어둠 속의 외침'(A Cry in the Dark)의 소재가 됐다.
당시 아기를 잃은 고통 속에서 공범으로 몰려 수십 년간 법정 투쟁을 벌였던 뉴질랜드 태생 호주인 마이클 챔벌레인이 백혈병 합병증으로 향년 72세로 숨졌다고 호주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사건 당시 배우자였던 린디는 엄청난 고통을 함께했던 전 남편의 급작스러운 사망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영면을 기원했다. 둘은 1991년 이혼했다.
울룰루에서 캠핑 휴가 중이던 마이클과 린디는 딸 아자리아가 실종되면서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에 빠져들었다.
사건 직후 린디는 텐트 안에서 비명이 들려 들여다보니 눕혀놓았던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며 주변에 있던 호주 들개 딩고가 아이를 물고간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반면, 수사관들은 들개가 약 2개월이 된 아이를 물어갈 수 있다는 진술에 의문을 품고, 린디가 딸을 살해하고 사막에 묻었을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목격자도, 뚜렷한 동기도, 시신도 없었다.
2년 후 린디는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남편 마이클 역시 종범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후 많은 호주인은 여론몰이에 동참해 부부를 의심했으며, 특히 린디가 신앙 때문에 인신 공양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마이클은 당시 호주인에게 생소했던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회' 목사였다.
그러나 판결이 나고 3년 후 사건 지점에서 멀지 않은 들개의 굴 부근에서 딸의 상의가 발견되면서 린디는 풀려났다.
이후 오랜 법정 다툼 끝에 2012년 검시관이 아자리아의 사망을 딩고 때문으로 결론 내리면서 이 사건은 발생 32년 만에 최종 마무리됐다.
마이클은 부부가 경험했던 불의의 상당 부분은 많은 호주인이 보인 종교적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교회는 풍비박산 났다.
영화에서 마이클 역을 맡은 샘 닐은 SNS에 "챔벌레인 부부는 지독하고 잔혹하게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며 "그러나 (마이클) 챔벌레인은 침착하면서도 겸손하게 품위를 유지했다. 인상 깊은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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